제1권: 방시잔법

050장| 밑패를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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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공을 익혔으나 금원 안은 여전히 깜깜하다. 임결은 진전 백형과 폐연무장에서 밤에 만나, 3년 묵은 가슴 통증을 풀어 주고 석옥 교대 틈의 시각을 얻는다.

약려 뒤편의 그 두 장 높이 담장을, 임결은 밤을 틈타 세 차례 시험해 보았다.

첫날 밤, 그는 기운을 끌어올려 솟구쳤으나 절반쯤에서 기운이 흩어져, 몸 절반이 담에 붙은 채 미끄러져 내려 발목을 삐었다. 이튿날 밤에는 담 머리를 스쳐 넘었으나 땅에 내려서는 소리가 무거워 야경 도는 자를 놀라게 해, 풀숲에 엎드려 그자가 멀어질 때까지 기다린 뒤에야 감히 숨을 쉬었다. 사흘째 밤에 이르러, 그는 한 모금 기운을 용천에서 온몸으로 끌어올려, 발끝으로 담 밑을 한 번 딛고, 몸을 떠올려, 담을 넘고, 소리 없이 담 저편에 내려섰다—그 '약(掠)'의 공부가, 마침내 손에 익었다.

허나 담을 스쳐 넘고 나서야, 그는 한 가지를 깨쳤다.

약공은 그가 금원 그 네 쌍의 문 지키는 눈을 지나치게 해 준다. 허나 눈을 지나 외원에 들어선 뒤, 석옥 문이 언제 열리는지, '선생'이 언제 있는지, 재료를 나르는 산 사람이 언제 오는지, 그 한 겹 순찰이 언제 교대하는지—이런 건 그가 통 알지 못했다. 한 몸 약공만 믿고 어둠 속으로 뛰어드는 것은, 서 사형이 어둠 속에서 그 북상하는 수레를 따라간 것과, 똑같은 죽음이었다.

검과 약공은 그가 금원에 뛰어들 발과 손이었다. 허나 그에게는 아직, 금원 안에 돋아난 눈 한 쌍이 없었다.

이 눈은, 현조문 안에서 단 한 사람만이 그에게 빌려줄 수 있었다—백형.

허나 그날 밤 백형이 그를 위해 금원을 살피다가 '선생'에게 뜰 너머로 한 번 훑인 뒤로, 임결은 다시는 감히 기별을 넣지 못했다. 그 한 번의 훑음으로, 현조문 안에서 백형의 나날은, 그보다 나을 리 없었다.

그는 이틀을 망설이다, 끝내 향낭에 쪽지를 끼워 넣는 옛 방식대로, 기별 하나를 넣었다.


백형이 약속한 곳은, 서쪽 비탈이 아니었다. 외문 최동단의 버려진 옛 연무장이었다. 담 절반이 무너지고, 사철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었다.

임결이 그 무너진 담을 스쳐 들어갔을 때, 백형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달빛 아래, 그녀는 지난번 봤을 때보다 좀 여위어 있었다. 진전의 소백색 옷차림은 여전히 정갈했으나, 늘 서늘하던 눈 밑에는, 지새워 얻은 붉은 기가 몇 점 더해져 있었다.

"기별을 넣는 때도 참 잘 고르는구나." 그녀는 소리를 낮추고, 먼저 무너진 담 밖을 한 번 훑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나는 요즘 어딜 가든 뒤에 눈 한 쌍이 붙는다. 오늘 밤은 병을 핑계로, 약방 뒤창으로 기어 나온 게야."

임결의 마음이 한 번 내려앉았다. "그날 밤 사저를 연루시켜서—"

"그 얘긴 됐다." 백형이 그의 말을 끊었다. "금원을 살핀 건 내가 스스로 응한 일이니, 널 원망할 것 없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소리를 다시 반 푼 낮췄다. "네 기별도 마침맞게 왔다. 내 쪽에도, 마침 가슴에 얹혀 풀 데 없는 일이 하나 있어서."

"이 보름 동안, 그 '선생'이, 금원에 드나드는 게 부쩍 잦아졌다." 그녀가 말했다. "문 안도 어딘가 심상찮은 기미가 도는데—사단당은 밤새 단을 굽고, 전적당의 등불은 야심한 밤까지 밝다. 마치 무언가를 서둘러 갈무리하려는 듯. 그저께 나는 감독사가 남과 하는 말을 들었다—그 '선생'의 일이 '거의 다 됐다', 현조문 이쪽도 '슬슬 끝나 간다'고."

임결의 마음이, 조여들었다.

거의 다 됐다. 끝나 간다. 그 '선생'은 현조문 사람이 아니었다—백형이 진작 말했듯, 그는 얼마간의 간격을 두고 한 번씩 오는 외래객이었다. 외래객의 일이 끝나면, 사람은 자연히 떠난다. 상칠낭의 그 "기한을 서둘러 채우니, 곧 일이 터진다"는 말에 겹쳐 보면, 두 편이 한 뜻이었다—그 무리가,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선생'이 떠나면, 그 석옥도, 그 모든 근원도, 필시 함께 비워지고 씻겨,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될 터였다.

움직이려면, '선생'이 떠나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무너진 담 밖에서, 홀연 흐릿한 누런 빛 한 점이 밝아졌다.

횃불이었다. 연무장 밖 그 폐도를 따라, 한 번 흔들, 한 번 흔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백형의 낯빛이 홱 변했다. "날 붙는 그자가—여기까지 따라왔다."

임결의 왼눈이 그 불빛의 온 길을 한 번 훑었다. 열 걸음 남짓만 더 오면, 그자는 무너진 담을 에돌아 마당 안을 비출 터였다. 약려 잡역 제자 하나와 진전 사저 하나가, 한밤중 이 폐연무장에서 만난다—들키면, 백형의 이 목숨은 끝장이었다.

"사저는 마당 한복판으로 가서, 병으로 나와 바람 쐬는 척, 돌아보지 마십시오." 임결이 극히 빠르게 나직이 일렀다.

백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그는 기운을 끌어올려 솟구쳐, 발끝으로 그 무너진 담 잔해를 한 번 딛고는, 몸이 이미 담 머리 가장 어두운 자리로 스쳐 올라, 부러진 벽돌 뒤에 엎드려, 숨소리까지 거둬들였다.

그 횃불 든 자가 무너진 담을 에돌아, 마당 안을 비췄다. 백형은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잠 못 이뤄 바람 쐬러 나온 병자처럼.

"백 사저?" 그자가 흠칫했다. "이 늦은 시각에, 어찌 여기 계십니까?"

"약방이 답답해서." 백형의 목소리는 담담해, 방금 그 다급함은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나와 좀 거니는 것도, 문규를 어긴 게냐?"

그자는 겸연쩍게, 횃불을 사방으로 비춰 보았다. 그 빛이 담 머리를 훑어, 임결이 엎드린 자리에서 세 척밖에 안 떨어진 데까지 왔다가, 다시 옮겨 갔다.

"아, 아닙니다. 밤이 깊고 이슬이 무거우니, 사저께서도 어서 돌아가시지요." 그자는 감히 더 묻지 못하고 물러났다.

불빛이 멀어졌다. 임결은 담 머리에서 스쳐 내려, 백형 곁으로 되돌아 내려섰다. 발밑이 소리 없었다.

허나 백형은 그 한 숨을 놓지 못했다. 그녀는 그를 응시했고, 눈 속 기색이, 방금과는 달라져 있었다.

"방금 그 한 번의 솟구침, 그 한 번의 내려섬." 그녀는 소리를 극히 낮추고,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 "세 장 무너진 담을, 오르고, 내리는데, 헐거운 벽돌 한 장 건드리지 않았다. 이게, 약려 잡역이 지녔을 몸놀림이더냐?"

임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백형의 입가에 한 가닥 쓴웃음이 걸렸다. 그 웃음에는 절반쯤 알아챈 기색이 담겨 있었다. "나는 진작 네가 예사롭지 않다고 의심했다—네 그 눈은 남들이 못 보는 걸 보아 내지. 이제 이 재간 하나가 또 더해졌구나." 그녀는 그를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끊었다. "날 붙는 눈은 삼엄하다. 허나 네 이 겁 많은 껍데기 밑에 숨긴 것은, 누가 붙는 것보다도 깊다."

임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음속 그 한 점 미안함이, 또 한 푼 무거워졌다. "사저께서 이 위험을 무릅쓰고 오셨으니," 그는 말을 고르며, "필시, 그저 기별 하나 전하려는 것만은 아니겠지요."

백형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붉게 물든 눈이, 천천히 날카로워졌다.

"내가 널 위해 금원을 살피고, 문 안에서 발붙일 자리를 걸었다. 이제 또 병을 핑계로 창을 넘어 네게 기별을 전한다." 그녀는 한 자 한 자 끊었다. "임결, 내가 널 위해 무릅쓴 위험은, 충분히 많다. 나도 좀, 얻고 싶은 게 있어."

"사저께선 무엇을 원하십니까?"

"너는 내가 뭘 원하는지 안다."

그녀가 한 걸음 다가섰다. 목소리 속 늘 한결같던 그 자긍의 한 겹이, 한 줄기 갈라졌다. "그해 네가 말했지. 내가 가슴에 3년을 얹혀 있는 건, 내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공법의 그 대목이 한 획 결(缺)해서라고. 너는 그 결을 볼 수 있다. 내가 묻겠다—"

그녀는 그의 눈을 응시했다. 마치 그 눈 속 비밀을 후벼 내려는 듯이. "너는, 풀 수 있느냐 없느냐?"

임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백형은 그의 눈 밑을 스쳐 지나는 그 한순간의 머뭇거림을 보고,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네가 대답하지 않는 건, 풀 수 있으면서도, 말하려 하지 않는 게야." 그녀는 반 걸음 물러났고, 방금 갈라졌던 그 자긍이, 다시 아물었다. "됐다. 네 그 재간이 무엇을 볼 수 있고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는, 네 밑바닥 목숨줄이니—무엇하러 나 하나를 위해 들춰 보이겠느냐."

"사저께서 잘못 생각하셨습니다." 임결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 결을 푸는 일은, 그가 해낼 수 있었다—제 결을 메운 것과 같은 방식으로, 그는 그 한 획이 어디서 끊겼는지, 어떻게 이어야 하는지 볼 수 있었다. 허나 이 한 번 이음은, 그 눈의 밑바닥을, 백형 앞에 한 겹 더 들춰 보이는 셈이었다.

허나 그는 백형의 눈 밑 지새워 얻은 두 무리 붉은 기를, 그를 위해 무릅쓴 그 위험들을 보고는, 입가까지 나온 "제가 정확히 못 봅니다"라는 말을, 끝내 내뱉지 못했다.

"그 결을 정말로 도로 메우려면, 지금 이 자리에서는 안 됩니다." 임결이 말했다. "맞는 재료와, 맞는 시각이 있어야 해요." 그는 잠깐 멈췄다. "다만 사저께서 이 여러 해, 가슴의 그 기운이 거기까지 끌어올리면 얹히고, 아프신 것—이건, 제가 지금 당장 좀 풀어 드릴 수 있습니다."

백형이 흠칫했다.

"사저, 한 모금 기운을 가슴까지 운기해 보십시오." 임결이 말했다. "천천히요."

백형은 반신반의하며 그 말대로 기운을 끌어올렸다. 임결의 왼눈이, 그녀 그 기운의 흐름을 따라 보았다—기운이 가슴에 이르러, 그 끊긴 결에 부딪혀, 막히고, 되쳐 오르니, 3년을 끌어올릴 때마다 아팠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멈추십시오." 그가 말했다. "그 결은, 가슴 왼편으로 치우쳐 있습니다. 사저의 기운이 줄곧 곧장 위로 그걸 들이받으니, 자연 아픈 겁니다. 시험해 보십시오—그 기운을, 오른쪽 맥에 붙여, 에돌아 가는 걸로."

백형은 눈을 감고, 그가 이른 대로, 그 기운을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보냈다.

에돌아 갔다.

여러 해 얹혀, 끌어올릴 때마다 결에 부딪히던 그 기운이, 처음으로, 순순히 그 고비를 에돌아, 한 바퀴 온전히 돌았다.

백형의 몸이 알아챌 수 없을 만큼 한 번 떨렸다. 그녀는 대뜸 눈을 뜨고, 임결을 붙들어 보았다. 그 서늘하던 눈 속에, 그녀 자신도 누를 수 없는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 여러 해, 사부도, 동문도, 그녀 자신조차, 자질이 꼭대기에 달했다느니, 심경이 불안하다느니 했다. 그녀는 그렇게 인정했다. 허나 눈앞의 이 약려 잡역이, 말 한마디로, 그 기운이 여러 해 그녀를 찌른 그 가시를 에돌게 했다—알고 보니, 애초에 그녀가 모자란 게 아니었다. 거기에는 정말로 결 하나가 박혀 있었고, 다만 예전에는, 아무도 그걸 못 본 것이었다.

"이건 그저 에돌아 가, 좀 푼 것일 뿐, 결은 아직 있습니다." 임결은 이미 말머리를 돌렸다. "그 한 획을 정말로 메우려면, 제가 맞는 재료를 얻고 맞는 시각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사저께선 우선 이 기운 에도는 법을 기억해 두셨다가, 아프면 쓰십시오."

그는, 백형이 그를 바라보는 그 한 눈길이, 여느 때보다 훨씬 오래 멎어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한참 만에, 백형은 그 기운을 다잡아 가라앉히고, 낯에 평소의 진정을 얼마간 되찾았다. 그녀는 소매에서 아주 작게 접은 종이 한 장을 꺼내 건넸다.

"금원 외원의 순찰 교대, 석옥 문 열어 재료 들이는 시각을, 나는 이 보름 동안, 다 적어 두었다." 그녀가 말했다. "한 대목을 단단히 새겨라. 석옥은 사흘에 한 번 문을 열어, 외원에 쌓인 재료를 거둔다. 다 야심한 밤, 축시 전후다. 마침 그 전후 일각(一刻)에, 동남쪽 귀퉁이 그 초소가 교대하며, 차 반 잔 남짓 마실 동안 빈다. 네가 들려면, 그 차 반 잔 남짓뿐이다—그때를 넘기면, 다음번엔 다시 사흘을 기다려야 한다."

그녀는 종이를 그의 손에 밀어 넣었다. "이 한 장뿐이다. 나는 이제 붙는 눈이 있어, 금원에 들 수 없다—앞으로는, 이보다 더는 줄 수 없어."

그 종이가 그의 손에 이르렀을 때, 아직 그녀의 온기가 한 점 남아 있었다. 이 한 장이, 그가 금원에 뛰어드는 데 모자란 마지막 한 조각이었다.

"사저, 몸조심하십시오." 그는 종이를 품에 갈무리했다. "이 한동안, 다시는 제 일로 나서지 마십시오. 사저를 붙는 그 눈이, 절 붙는 것보다 더 삼엄합니다."

백형이 한 번 웃었다. 그 웃음에는 얼마간의 자조가 있었다. "나도 나 자신을 위해 밝혀야 할 게 있다. 그 결, 그 석옥, 여러 해 이 가슴—네가, 그저 널 위해서라고 여겼더냐?"

임결은 말을 받지 않았다. 허나 그는 알았다. 백형의 말이 옳았다. 그녀가 이 한 건을 밝히는 데는, 그녀 나름의 까닭이 있었고, 그의 이 길과는, 그저 마침 한 구간을 나란히 갈 뿐이었다.

그 무너진 담을 스쳐 나오니, 밤이 이미 깊었다. 산바람이 풀 비린내를 감아 왔고, 품속 그 얇은 종이가 가슴을 배겼으나, 무게만은 가볍지 않았다.

다음번 석옥 문 여는 축시는, 백형의 말로, 사흘 뒤였다. 마침 그 전후, 동남쪽 귀퉁이 그 초소가 교대하며, 차 반 잔 남짓 비운다. 임결은 이 두 시각을, 마음속에서 하나로 겹쳤다.

그는 옷깃을 여미고, 그 종이를 더 살에 붙게 갈무리하고는, 어두워진 산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갔다. 발밑 그 아직 설익은 약공의 기운이, 걸음을 따라, 한 번 한 번 실하게 밟혀 들어갔다.

【제 050 장 완 · 현조문 외문 · 동쪽 끝 폐연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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