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화| 명향 이벤트 #001 (속)

스펙트라 경보 속 현장 관측자는 NULL. 리카는 8개월 전 자신이 남긴 백도어 규칙에 보호받지만, 우연을 의심하며 균열로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개원 1010년 1월 1일 · 오전 11:01:47 · 동토 북경 S-17-R 경계 밖
리카의 뇌수정 인터페이스가 11:01의 그 순간 붉은 글자 31줄을 한꺼번에 띄웠다.
그는 이때 스펙트라 전망 경보 또한 수신했다.
그가 신고당했기 때문이 아니다——스펙트라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그는 L.K.S._Core 백도어로 모든 대외 신원 보고를 차단해 두었다——이유는 그 자신이 스펙트라의 하부 엔지니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 12년 동안 그가 남겨 둔 백도어가, 모든 전망 경보를 그의 뇌수정 인터페이스로 자동 동기화해 주었다.
그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산트라니아 중앙 관제센터의 360명 관측원이 보고 있는 것과 똑같은 한 부였다.
붉은 글자가 한 줄씩 다 떨어지자, 리카의 망막 중앙에 마지막 사건 보고가 떠올랐다.
[사건 번호: VoidSignal_0]
[표준 코드: 명향 이벤트 #001]
[분류: 균열(리프트)]
[좌표: 동토 북경 신호 표식점 S-17-R]
[현장 관측자: NULL]
[비고: 해당 관측자와의 접촉을 시도하지 말 것]
"NULL."
리카는 가만히 한 번 읊조렸다. 그러고는 웃었다.
기쁜 게 아니었다. 잠깐 운 좋게 한 건 주웠다는 걸 아는 그런 웃음이었다——8개월 전 그가 아무렇지 않게 써 둔 그 한 줄, "L.K.S._Core 서명 권한에서 나온 관측 동작은, 스펙트라 메인 DB의 대외 신원 필드에 NULL을 기입한다"라는 작은 규칙이, 오늘 그를 살렸다.
스펙트라는 현장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게 그라는 건 모른다.
심지어 스스로 모든 관측원에게 이 NULL과는 접촉하지 말라고 타이르기까지 했다.
"고마워, 그때의 나." 그가 조용히 말했다.
그러고는 잠깐 멈췄다.
방금 이 말을 했을 때——마음속에 떠오른 "그때의 나"는 추상적인 비유가 아니었다. 구체적인 "그"였다. 8개월 전 쿼크의 눈 첨단연구소 3층 사무실에서 그 규칙을 써 내려간 그. 그 "그"는 왜 이 규칙을 써 둘 생각을 했을까? 8개월 전 쿼크의 눈에는 이 규칙이 필요한 어떤 사건도 없었다. 그때 그는 심지어 아렐레나에게 농담까지 했다, "이건 예비용이야, 영영 쓸 일이 없길 바라야지"라고.
그런데 오늘 그게 마침 그를 지켜 주었다.
"마침"——이 단어는 그가 가장 믿지 않는 단어였다.
그는 사건 번호에서 시선을 떼어, "분류: 균열(리프트)"이라는 이 네 글자를 응시했다.
"균열."
그는 지난 십몇 분 동안 그 공백지를 형용할 단어를 스무 개 넘게 떠올렸다——"원시 균열층"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었고, 어떤 과거의 그가 미리 써 둔 발동어였다.
그런데 스펙트라는 방금 스스로 다른 이름을 붙였다. 균열.
둘 다 맞았다.
"원시 균열층"은 기술적 명명이다——우주 하부 코드의 어떤 원시 계층이 들춰졌다는 뜻. "균열"은 시각적 명명이다——현실이 찢겨 생긴 하나의 틈이라는 뜻. 하나는 과거의 그가 엔지니어의 사고로 남긴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펙트라가 자동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스펙트라의 명명 논리는 "이미 알려진 사전에서 가장 가까운 단어를 찾는다"이다. "균열"이라는 단어는 진작부터 인류의 사전에 존재했다——하지만 스펙트라는 그 단어로 어떤 사건도 분류한 적이 없었다. 오늘 그것은 이 단어를 골랐다. 그건 그 알고리즘이 이 현상을 "『균열』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가장 가깝다"고 판정했다는 뜻이었다.
그는 의심했다——이건 도구의 단순 반사 동작만은 아니다.
리카의 뇌수정 인터페이스가 한 줄 더 떴다.
[백업 관찰자 단편: 완료 · 1.04%]
0.41%에서 곧장 1.04%로 뛰었다. 또 한 번의 대폭 상승이었다.
리카는 이 숫자를 5초쯤 응시하다가, 고개를 들어 눈앞의, 자보랏빛으로 빛나는 그 공백지를 보았다.
자보랏빛 문자는 여전히 떠오르고 있었다——속도는 아까보다 조금 더 빨라서, 따라 볼 수는 있어도 따라 적을 수는 없었다.
그에게는 지금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떠난다, 머문다, 들어간다.
떠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다——CV-1A로 돌아가, 산트라니아로 날아가,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한다. 스펙트라는 현장을 NULL로 알고 있으니, 단기간 안에는 누구도 그를 직접 추적할 수 없다.
머무는 게 두 번째로 합리적이었다——계속 경계 밖에서 관찰하며, 백업이 다 돌기를 기다려, 그 "기입자"가 무엇을 할지 본다.
그는 이런 선택을 수천 번 해 왔다. 매번 그는 어느 쪽이 "합리적"인 선택지인지 알았다——"합리적"인 쪽은 거의 언제나 앞의 두 개였다.
그런데 오늘은 세 번째 선택지가 그가 여기 온 이유였다.
지금 그가 떠난다면, 그는 하나의 물음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그 기입자는 누구인가?"
그는 더 이상 답 없는 물음을 하나 더 안고 갈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이미 수백 개가 있었다.
지평선 저편——대략 200킬로미터 밖——에 단층 같은 빛이 켜졌다.
태양이 아니었다. 동토 북경 상공의 스펙트라 부유 감지 노드가 동시에 발동되며, 한 무리의 감지 운층 전체가 그의 시야 각도에서 반짝이는 한 줄의 선을 이룬 것이었다.
그 선이 그에게 일러 주고 있었다——온 세계가 이제 이곳을 보고 있다고.
그는 일어섰다.
"좋아." 그가 조용히 말했다. "들어가서 좀 보자고."
【제017화 完 · 동토 북경 S-17-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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