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화| 측량되기를 거부하다

경계가 던진 공을 되돌려보낸다. 리카는 손가락으로 경계를 시험하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학습하며 결정을 내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개원 1010년 1월 1일 · 오전 10:53 · 동토 북경 신호 표식점 S-17-R 경계 밖 3미터
공이 날아 돌아왔다.
튕겨 나온 게 아니다. 튕김은 물리 과정이라 포물선과 운동량의 역전이 있어야 한다. 공의 궤적은 그 어떤 물리 법칙에도 들어맞지 않았다.
공은 그저 원래 날아가던 방향의 끝에서,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리카가 시선을 경계에서 자기 발밑으로 끌어내릴 겨를도 없이, 그 강화 합금 외피의 공은 그의 부츠 끝에서 대략 15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져, 멈췄다. 정지했다. 구르지 않았다. 운동량의 잔여도 없었다. 비행 궤적 도중에 한순간 운동에너지가 지워지고 위치가 재설정된 공이, 물리적으로 이렇게 정지한 채 착지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공은 거기 멈춰 있었다.
리카는 그것을 응시했다.
"이건 거절이다." 그가 나직이 말했다.
방금 굴러 들어가 사라진 그 공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되돌려보내진 것이었다.
그는 망막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 read --target ball_002 --field full_spectrum
이론상 이 명령은 공에 박힌 3개의 독립 신호 발신기의 회신을 전부 읽어낼 터였다. 공이 이번에 "날아가고, 사라지고, 되돌려보내진" 중간 과정에서, 최소한 발신기 하나는 뭔가를 기록했을 것이다. 스펙트라에게 동기화를 거절당했더라도, 공 자체의 오프라인 메모리에는 기록이 남아 있을 터였다.
회신:
[ball_002 self-log: 0 byte recorded]
삭제된 게 아니었다. 공의 메모리가 스스로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이었다. 리카의 손에 쥐여 있던 순간부터 발치로 되돌아 떨어진 순간까지, 그 사이 4.2초 동안 어떤 감지 동작도 발동되지 않았다. 발신기 3개 모두 깨어나지 않았다.
마치 공이 스스로 이 시간을 기록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처럼.
리카의 왼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수많은 기기를 만들었다. 이 공도 그중 하나였다. 그는 이 공의 설계에 "기록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기능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말은—
그 "기록하지 않음"은 공이 결정한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더 바깥의 무언가가 공을 대신해 결정한 것이었다.
그는 몸을 웅크렸다.
그는 그 공을 만지고 싶었다. 공은 그의 부츠 끝에서 15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하지만 공을 만지기 전에, 그는 먼저 손으로 땅을 짚고 천천히 경계 쪽으로 3미터를 기어가, 경계 정면 바로 앞에 멈췄다.
그는 왼손 검지 끝을 경계 안으로 집어넣었다—대략 1센티미터.
그는 자기가 무엇을 시험하는지 알았다. 그는 경계가 "살아 있는 것"에게 무엇을 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의 손 센서는 어떤 온도 차이도 회신하지 않았다. 망막 인터페이스는 외투 소맷부리 바깥의 기온이 영하 52도라고 표시했고, 그의 손끝 장갑 안쪽은 11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이건 열층의 표준 출력이었다—하지만 그의 검지 끝이 뇌칩 인터페이스로 회신한 촉각 데이터는 이것이었다:
[tactile feedback: not available]
"감각이 없어." 그가 나직이 말했다.
마비된 게 아니라, 뇌칩의 이 채널이 완전히 공백이었다.
그의 손가락은 아직 거기 있었다—그는 그것을 볼 수 있었다. 시각으로 그것이 잘려나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뇌칩 인터페이스는 "그 손끝"의 촉각 채널에 아무 신호도 잡히지 않았다—가장 기본적인 고유감각조차 수신되지 않았다.
마치 그 손가락이 이 세계에서, 뇌칩에게는 잠시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는 손가락을 거둬들였다.
"돌아왔다." 그가 자신에게 낮게 말했다. 손끝을 경계 밖 5센티미터로 거둬들이자, 뇌칩 인터페이스의 촉각 신호가 즉시 회복되었다—영하 52도의 살을 에는 감각이 따라붙었고, 너무 빠르게 따라붙어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움찔했다.
리카는 일어서서 두 걸음 물러났다.
이때 그는 한 가지를 분명히 알았다.
첫 번째 공—방금 굴러 들어간 그 공—은 경계에 먹혀버렸다.
두 번째 공—방금 비스듬히 위로 던진 그 공—은 경계가 잠깐 피하고, 되돌려보냈다.
짧은 이 몇 분 사이에, 경계는 "수동적으로 소화하기"에서 "능동적으로 되돌려보내기"로 변했다.
방금 그 검지에 비추어 보면, 그는 경계가 학습 중이라고 의심했다. 첫 번째 공이 어쩌면 그것에게 "어떻게 먹는지"를 가르쳤다. 두 번째 공이 어쩌면 그것에게 "어떻게 되돌려보내는지"를 가르쳤다. 방금 그 살아 있는 손가락이 그것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리카는 알지 못했다—
리카는 방금 그 검지를 응시했다.
그것은 아무 동작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차가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았다—아주 분명히 알았다—그 1초 사이에, 이 경계가 그의 검지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결정의 내용은 알지 못했다. 결정의 결과는 "아무 일 없음"이었다.
그러나 "결정"이라는 동작 자체만으로도, 그는 앉아서 10년은 생각할 만했다.
이때 뇌칩 인터페이스에 알림 하나가 떴다.
그가 호출한 게 아니었다.
[모듈 초기화 중: _RiftMemory.lks]
[비고: 지각 반사 발동 성공 · 관측자 단편 백업 시작]
[서명: L.K.S._Core]
"또 왔군." 리카가 나직이 말했다.
말하고 나서 그는 잠시 멍해졌다—그는 방금 의식이 없는 프로그램을 향해 말을 건 것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과거의 그 자신이 쓴 것이었다.
그리고 그가 과거에 이 프로그램을 쓸 때—어쩌면 오늘의 어떤 그와 대화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제011화 完 · 동토 북경 S-17-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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