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명향편

009화| 묵석비회

4분 읽기·1,485자·발행됨
묵석비회

지하 실험포드에서 모르페우스는 85년을 기다렸다 말한다. 잊은 자가 다시 걸어 들어가는 순간, 봉인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개원 1010년 1월 1일 · 오전 10:42 · 산트라니아 지하 · 묵석비회 제7 실험포드

모르페우스는 잔을 내려놓았다.

잔에는 홍차가 1/3쯤 남아 있었고, 온도는 70도에서 38도로 떨어져 있었으며, 그에게는 그게 딱 좋았다——그는 요 몇 해 어떤 뜨거운 음료든 체온에 가까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에 댔다. 나이가 들어 혀가 뜨거운 걸 견디지 못했다. 사실 그의 이 나이는 진작에 "나이가 들었다"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됐다. 너무 오래되어, 이미 "나이가 많다"로 형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실험포드 동쪽의 관측석에 앉아 있었다.

관측석 앞쪽에는 폭 5미터의 곡면 스크린이 있었고, 지금은 아무 표식 없는 좌표 하나를 표시하고 있었다. 좌표 아래쪽에는 깜빡이는 타임스탬프 한 줄이, 02:14:08에서 10:42:17로 뛰었다가, 다시 02:14:08로 돌아가기를, 순환하고 있었다. 맨 아래에는 아주 작은 글자 한 줄이 있었다.

[Source: 동토 북경 감청초소 T-17 · Mirror Mode]
[Last verified sync: L.K.S._Core]
[Auto-archive: ACTIVE 개원 925년부터]

그의 이 스크린은 지난 85년 동안 단 한 번도 꺼진 적이 없었다.


"그가 도착했습니다." 실험포드 반대편에서 누군가 말했다.

모르페우스는 돌아보지 않았다. 누가 말하는지 알았고, 볼 필요가 없었다.

"그가 누구지?" 모르페우스가 물었다. 목소리는 평평했고, 거의 기복이 없었다.

"알고 계시잖습니까." 상대가 말했다.

"입으로 말해."

상대가 반 초 멈칫했다. 그러고는 낮게: "L.K.S._Core."

모르페우스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를 『그』라고 부르지 마." 그가 말했다. "이 서명은 『그』가 아니야. 우리는 이 서명이 85년에 걸쳐 4,891번 동기화를 수행했다는 걸 알아——대상은 미기록. 우리는 서명 뒤에 누가 있는지 몰라. 오늘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그 좌표——감청초소 T-17, 신호 표식점 S-17-R——방금 마그네타 운송의 시험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그 비행정에 사람이 타고 있었나? 타고 있었다. 우리는 누군지 몰라."

그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하지만 우리는 85년을 기다렸다."


상대가 또 한 번 멈칫했다. 모르페우스는 그 망설임을 들을 수 있었다——아직 질문을 하고 싶은데, 묵살당할까 두려운 그런 침묵이었다.

"여쭤도 되겠습니까?" 상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말해."

"만약——비행정에 탄 사람이 바로 서명 본인이라면——" 상대가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그는 지난 85년간 줄곧 우리와 협력해 왔는데, 우리가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을 뿐입니다. 오늘 그가 직접 왔다는 건, 계획이 다음 단계로 진입했다는 뜻 아닙니까?"

모르페우스는 이때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의 마흔 몇의 얼굴에는 별다른 게 없었다. 왼쪽 눈 아래 아주 가는 흉터 하나가 있었는데, 그 흉터는 그가 300년도 더 전에 남긴 것이라, 그 자신조차 이유를 거의 잊고 있었다. 그의 지금 표정은 "들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겠다"는 그런 것이었다.

"협력." 그는 그 단어를 되풀이했다. 맛을 보듯이.

상대는 그가 이어 말하기를 기다렸다.

"자네는 『협력』이라고 했어. 쌍방이 협의해 한 가지 일을 함께 완성한다는 뜻이지. 그런데 우리는 85년 동안, 그 서명과 단 한마디도 나눈 적이 없어. 우리는 그저 그의 기록을 받았을 뿐이야."

"하지만——"

"하지만 우리는 그가 하고 있다는 걸 묵인했지." 모르페우스가 말했다. "그가 하고, 우리는 그가 하게 뒀어. 이건 협력이라고 하지 않아."

"그럼 뭐라고 합니까?"

"이건 기다림이라고 해."


모르페우스는 홍차를 다 마시고, 잔을 탁자 가장자리로 밀었다.

"S-17-R 가장자리로 보낸 끄나풀, 확인했나?"

"확인했습니다. 그 여자는 이미 배치됐습니다. 비행정에서 내린 사람이 방금 경계에 공 하나를 놓았다고 합니다."

"공이 들어갔나?"

"들어갔습니다.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모르페우스는 이때서야 살짝 미소 지었다. 그건 아주 옅은 미소로, 입꼬리가 움직일 정도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저 왼쪽 눈 아래 그 흉터의 각도가 조금 달라졌을 뿐이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상대는 그가 이어 말하기를 기다렸다.

"그는 시험구를 쓸 만큼 겁이 없어. 그 땅이 신호를 삼켜버린다는 걸 모르고, 지난 85년간 우리가 이미 수십 개의 공을 시험했다는 걸 모른다는 뜻이지. 그가 방금 한 건, 85년 전의 우리가 했을 동작이야."

"말씀하시는 건——"

"그는 기억하지 못해." 모르페우스가 말했다. "이 서명 뒤의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더 이상 기억하지 못해."


상대는 침묵에 빠졌다.

모르페우스는 스크린을 바라봤다. 좌표의 타임스탬프는 여전히 순환하고 있었다.

"스펙트라의 Error_513 경보가 끝까지 다 돌았어." 그가 말했다. 혼잣말에 가까웠다. "우리는 본래 그가 경보를 눌러 꺼버리고, 내부 처리 기록 하나만 남겨 해결하리라 예상했지.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그는 경보가 끝까지 돌게 뒀어. 경보가 누구에게 보이려는 건지 모른다는 뜻이야."

"가로채라 하시겠습니까?"

"가로채지 마." 모르페우스가 말했다. "그가 탐지하게 둬."

"⋯⋯그가 탐지하게 두라고요?"

"그가 스스로 걸어 들어가게 둬. 85년 동안 우리가 기다린 건 그가 돌아오는 게 아니야——그가 잊은 뒤에 다시 걸어 들어가는 거야."


모르페우스는 스크린으로 다시 돌아섰다.

S-17-R의 좌표가 스크린에서 두 번 뛰었다.

"그 여자가 남긴 협약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어. 그가 두 번째로 결손에 진입하는 순간, 봉인이 무너지기 시작한다고."

상대가 숨을 들이켰다.

모르페우스는 그를 보지 않았다.

"그 협약 구절을 소리 내어 읽지 마." 그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 지하 실험포드에도 누군가 감청하고 있어——우리는 누군지 모르지만, 있어."

상대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실험포드의 통풍구가 살짝 떨렸다.

모르페우스는 빈 잔을 서랍에 집어넣었다.

"그를 맞을 준비를 해." 그가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 들키지 마."


【제009화 完 · 묵석비회 지하 실험포드】

0명의 독자가 이 화에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이 작품 업데이트 받기

이메일을 남기면 새 화가 공개될 때 바로 보내드립니다.

관측자 댓글

0건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관측자가 되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