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명향편

001화| 스펙트라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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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트라 에러

새벽 검증을 끝낸 리카가 본 적 없는 에러 메시지를 마주한다. 자신만의 개인 서명이 80년 넘게 통신 권한 없는 초소에 박혀 있었다.

개원 1010년 1월 1일 · 새벽 03:07 · 산트라니아 정보연구 제10자국

리카 K 스펑크스는 눈을 비비고 전송 키를 눌렀다.

검증 완료. 327행짜리 에너지망 정렬 데이터를 스펙트라에 던져 넣었다. 그가 3분 42초 만에 다 읽은 그것은 이번엔 오타 하나 없었다. 그는 등을 뒤로 기댔고, 등받이가 반쯤 튕기며 아주 짧은 끽 소리를 냈다. 오른손 옆에 놓인 커피잔은 진작 절반 넘게 식었고, 그는 굳이 일어나 다시 데우기가 귀찮았다.

"좋아, 퇴근이다." 그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향해 중얼거렸다.

화면이 한 번 깜빡였다.

그는 스펙트라의 모든 가능한 신호 패턴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건 본 적이 없었다.

[Error_513: Unknown coordinate exception]
[TraceLog: pattern mismatch — VOID_INDEX_NULL]
[Origin: 지리 좌표 위치 확인 불가, 수치 오버플로]
[예측 모듈 중단: 반환값 NaN]
[Author: L.K.S._Core]

리카는 마지막 행을 응시했다. 대략 3초 동안.

L.K.S._Core는 그 자신의 개인 서명이었다. 8개월 전에야 쿼크의 눈 내부 프로토콜에서 정해 둔 것으로,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고, 스펙트라 주 라이브러리에 제출하지도 않았으며, 자기 비서조차 이런 문자열이 존재한다는 걸 몰랐다.

그것이 스펙트라가 자동 생성한 에러 메시지 안에 나타나선 안 됐다. 하지만 그것은 거기 있었다.

"젠장." 그는 가볍게 한마디 했다. "누구야."

그는 커피잔을 반 치쯤 옆으로 밀어내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 trace --source Error_513 --depth max

시스템이 0.04초 멈칫했다. 스펙트라에게 그건 상당히 긴 망설임이었다. 정상적인 trace 명령의 응답은 수십 마이크로초 이내여야 했다.

[Tracing...]
[Source: 동토 대륙 북경 · 감청초소 T-17]
[Last human contact: 80년 4개월 11일 전]
[Status: Auto-mode (unattended)]

감청초소 T-17.

그는 이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 왜인지는 자기도 몰랐다.

T-17은 동토 북경의 설원 중계소로, 신호 표지점 S-17-R 가장자리에 세워져 있었다. 인간 소장은 80년 전 현장에서 죽었고, 그 후로 줄곧 오프라인 AI가 자동으로 당직을 섰다. 설계 자체가 "수신만, 송신 없음"이었다.

그것에는 외부 통신 권한이 없었다.

그는 반 치쯤 앞으로 똑바로 앉았고, 커피잔은 무의식중에 팔꿈치에 밀려 멀어졌다.

"이상한데." 이번엔 화면더러 들으라고 중얼거렸다. "넌 메시지도 못 보내잖아."

그는 타임스탬프를 열었다.

정상이라면 이 타임스탬프는 "개원 1010년 1월 1일 03:07:14"라고 적혀 있어야 했다. 지금 서버 시간과 1초도 차이가 안 나야 했다.

화면에 적힌 것은 이것이었다.

[Timestamp: 개원 925년 3월 11일 02:14:08]

리카는 손을 멈췄다.

개원 925년 3월. 그해에 그는 뭘 하고 있었지?

떠오르지 않았다. 924년도, 923년도, 922년도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이 잘려 있었다 — 그는 그 절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깨끗하고 날카로운, 누군가 일부러 처리해 둔 듯한. 누가 처리했을까? 십중팔구 그 자신이었다. 그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등받이가 그의 등을 누르고 있었고, 그제야 그는 자신의 온몸이 잔뜩 긴장해 있다는 걸 알아챘다. 손바닥이 좀 축축했다.

"씨발." 이번엔 소리 내어 욕했다.

그는 관측 미러를 열어 렌즈를 S-17-R의 좌표에 맞췄다.

화면이 떠올랐다.

눈. 멈춰 있는 눈. 달빛 아래 온통 빙원에 바람 한 점 없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 땅을 보았다.

S-17-R 중심에서 12미터 떨어진 곳에, 대략 탁구대만 한 범위에 눈이 쌓이지 않았다. 그 범위 안으로 들어가는 눈송이는 들어가는 순간 사라졌다. 녹지도, 날아가지도 않았다. 그냥 세계에서 도려내진 것이었다.

지표면 자체도 거기 없었다. 있어야 할 얼음 무늬, 별빛 반사, 바람이 깎아낸 촘촘한 도랑, 그 부분이 죄다 없었다. 경계가 또렷한 공백이 빙원에 박혀 있었다. 화면이 렌더링을 다 못 끝낸 것처럼.

그는 대략 10초간 보았다.

중간에 한순간, 그는 공백 옆에서 뭔가 한 번 움직인 것 같다고 느꼈다 — 누군가 거기서 렌즈를 향해 고개를 한 번 든 것 같기도, 프레임이 빠지면서 그 0.0X초가 건너뛴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눈을 깜빡이자 그 한순간은 사라졌다. 화면은 원래의 그 공백으로 돌아갔고,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으며,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는 화면에 반 치쯤 얼굴을 들이댔다. 갑자기 목이 말랐다. 평소 들리지 않던 사무실 공조기의 저주파 소리가 이 순간 비정상적으로 또렷하게 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물건이야?" 이번엔 중얼거림도, 고함도 아니었다. 목소리는 목 안에 눌려 있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스펙트라가 그에게 메시지 하나를 던졌다.

하나의 질문이었다.

>>> Do you remember who wrote you?

리카의 손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사무실의 모든 것이 1초 전과 똑같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그를 다 읽어냈다.

그 자신조차 서명하지 않은 그 부분까지.


【제001화 完 · 산트라니아 정보연구 제10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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