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권 · 제13 승강장

001화| 잘못 탄 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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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에 없는 00:37 막차에 잘못 올라탄 소년이 13번 승강장에 내려선다.

2065년 3월 13일, 금요일, 23:48.

구밍예는 학생증을 교복 주머니에 넣고 학원의 셔터를 빠져나왔다. 셔터가 바닥까지 내려가며 쾅 소리를 냈다, 평소와 똑같이. 그는 슈위안 거리를 따라 슈위안역까지 걸었다. 3월 중순의 칭청은 밤바람이 아직 따뜻하지 않아 조금 쌀쌀했다. 거리에는 편의점 몇 곳이 불을 밝히고 있었고, 야간 점원이 고개를 숙인 채 물건을 채우고 있었다. 배달원 하나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고, 헤드라이트가 그의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가 다시 거둬들였다. 별일 아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손목밴드의 잔액을 흘끗 봤다. 87원. 내일 한 번 탈 만큼은 됐다.

역 안으로 들어서니 막차 시간표가 가로등 기둥에 붙어 있었다, 모서리가 살짝 들떠서.

막차 23:48 / 연장편 00:20 (금요일·공휴일 전날 연장 운행)

그는 두어 번 더 들여다봤다. 00:20 그 편은 사실 늘 있었다, 다만 학기 중에 야간 자율학습 하는 학생들만 타는 차였다. 그는 열여섯 살에 처음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 금요일마다 그 차를 탔다. 한 번도 놓친 적이 없었다.

막차 23:48 그 편은 직행이라, 그의 집에서 걸어서 가장 가까운 칭차오허역에는 서지 않았다. 00:20 연장편만이 평소 사람이 거의 내리지 않는 작은 역 두 곳을 더 돌았고, 그중 한 역이 그의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다. 그가 기다리는 건 바로 그 연장편이었다.


전자 개찰구가 한 번 삼키는 소리를 내고는 그를 통과시켰다.

승강장에는 사람이 몇 없었다. 배달복을 입은 남자 하나가 기둥에 기대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간호복을 입은 여자 하나가 긴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공기 속에는 에어컨 말단에서 새어 나오는 미세하게 짭짤한 냄새가 났고, 거기에 타일이 수만 번 밟힌 뒤에 나는,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먼지가 짓눌려 납작해진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냄새가 있었다.

마치 축축한 옛 강둑이, 아주 먼 곳에서, 자기 궤도 너머로, 천천히 불려 올라오는 것 같은. 슈위안역은 강자선 도심 구간이라 지하 3층 깊이에 있었고, 터널은 청대에 파낸 옛 강줄기를 따라 나 있었다 ㅡ 강자선이 다 깔린 뒤로 자기 궤도는 금속 외피로 감쌌고, 그 강의 냄새는 이론상 이미 50년 전에 봉인됐다.

구밍예는 예전에 승강장에서 이 냄새를 맡아 본 적이 없었다. 오늘은 역에 들어온 순간부터 줄곧 배경에 그 냄새가 깔려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어딘가 배수 시스템이 고장 났거나, 아니면 오늘 바람 방향이 달라서겠지. 별일 아니다.

23:53, 안내 방송이 다음 열차가 곧 진입한다고 알렸다.

23:53 정각, 열차가 들어왔다.

그건 막차였다, 5분 늦은. 구밍예는 생각했다, 요즘 이 노선은 배차 간격이 자주 좀 늘어진다고. 그는 타지 않았다 ㅡ 막차는 직행이라 칭차오허역에 서지 않으니, 끝까지 타고 가도 결국 집까지 40분을 걸어야 했다. 기둥에 기댄 배달원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그 남자는 급히 올라탔고, 문이 닫혔고, 열차가 떠났다.

간호복을 입은 여자는 어느샌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승강장에는 그 혼자 남았다.


시계가 00:05, 00:10, 00:15을 지났다. 그는 한 번 휴대폰을 보고, 한 번 가로등 기둥의 시간표를 보고, 한 번 승강장 양 끝을 봤다. 에어컨 말단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한 단계 음이 바뀌었다, 그 "윙" 하는 소리에서 "쉬" 하는 소리로, 누군가 음량 손잡이를 천천히 아래로 돌리는 것처럼. 옛 강둑의 그 냄새가 아까보다 조금 더 짙어졌다.

그는 자기가 기다리는 게 연장편이라는 걸 알았다 ㅡ 강자선에서 칭차오허에 서는 마지막 차. 금요일 이 시간이면 그는 늘 이 승강장에서 그 차를 기다렸다. 이 몇 분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늘은 좀 길었다.

시계가 00:20을 지났는데, 차가 오지 않았다.

00:21, 00:22, 00:23, 차가 오지 않았다.

구밍예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교통국 실시간 정보를 조회했다. 화면이 한 번 깜빡이더니, 튕겨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고는 붉은 글씨가 떴다. "해당 편 데이터 이상, 현장 안내 방송을 기다려 주십시오."

그는 이 화면을 본 적이 없었다. 열여섯 살에 타기 시작한 뒤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승강장 등이 한 번 깜빡였다.

고장 나서 깜빡이는 게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등판 뒤에서 한 번 친 것처럼, 한 줄로 늘어선 등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다시 켜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등을 봤다. 다시 시계를 봤다. 00:25.

00:30,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평소의 그 여자 목소리였고, 박자도, 어조도, 멈춤도 평소와 똑같았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앞선 열차가 전 역에서 경미한 신호 간섭이 발생하여 본 편이 지연되고 있으며, 00:37 진입 예정입니다. 승강장 틈에 주의하십시오.

00:37은 시간표에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시간표를 봤다. 그 시각은 없었다. 맨 마지막 칸에 적힌 건 "00:20 연장편"이었고, 그 아래는 "익일 05:30 첫차", 그 사이 일곱 시간은 공식 문서에 분명하고 또렷하게 "운행 안 함"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승강장 표시판을 봤다. 표시판의 그 줄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00:37  → 종착역

평소 편명, 열차 번호, 정차 정보가 들어가야 할 그 칸들이 오늘은 전부 비어 있었고, 표시판에는 "종착역" 세 글자만 남아 있었다. 학원에 다닌 지 1년, 이 노선에서 어느 편이든 "종착역" 세 글자만 덜렁 거기 걸어 놓은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00:37 정각, 열차가 들어왔다.


그것이 진입하는 방식은 무척 느렸다.

감속해서 들어오는 것 같지 않을 만큼 느렸다. 차라리 한 노인이 평생 가장 익숙한 자전거를 끌면서 마지막 몇 걸음을 걷는 것 같았다. 레일은 평소의 그 고주파 금속음을 내지 않았다. 차 한 칸 전체가 소음을 죽인 것처럼, 누군가 음량 손잡이를 아주 낮게 돌려 놓은 것 같았다.

객실 안 조명은 누런빛을 띠었다, 1980년대 어떤 낡은 백열전구의 색온도처럼, 2065년 신형 강자선의 차가운 흰빛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그는 3초 망설였다. 그러고는 올라탔다.

안 탈 수가 없었다 ㅡ 택시는 이 시간대에 야간 자율학습 학생을 태우길 거부했고, 걸어서 집에 가려면 40분이었고, 어머니가 그의 "집 도착" 문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한 정거장만 걸어 보자, 칭차오허역에 서는지 보고, 이상하면 내리자.

차문이 닫혔다, 아주 가벼운 "딸깍" 소리로.

객실 한 칸 전체에 그와, 노인 하나뿐이었다.


노인은 노약자석에 앉아 있었다. 회색의, 빨아서 허옇게 바랜 양복 상의를 걸치고 있었고, 깃 그 부분은 땀 얼룩으로 옅은 테가 져 있었다, 구밍예 외할아버지 영정 사진 속 그 옷과 같은 시대의 디자인이었다.

노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고, 열 손가락 모두 무척 깨끗했으며, 손톱은 아주 짧게 다듬어져 있었다.

구밍예는 그에게서 세 자리 떨어진 곳에 앉았다. 전자 안내판 전광 글자가 평소의 그 "음식물 섭취 금지, 정숙 유지"를 한 바퀴 돌리고 나더니, 그 줄이 멈추고, 이렇게 바뀌었다.

다음 역 ・ ㅡ

ㅡ. 가로줄 하나. 역 이름이 아니었다.

그는 한 번 눈을 깜빡였다. 가로줄은 그대로였다.

노인이 이때 나직이 첫마디를 했다.

"젊은이, 자넨 내려야 할 사람이 아닐세."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어조는 무척 평탄해서 어느 편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마치 그의 외할아버지가 예전에 옛 청거리 그 헌책방에서 손님에게 "이건 손님이 찾으시는 판본이 아닙니다"라고 말할 때의, 순수하게 사실만 서술하는 말투 같았다.

구밍예는 그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들렸다. 무척 또렷하게 들렸다 ㅡ 또렷해서, 좌석 몇 개의 거리를 가로질러 온 소리가 아니라, 마치 누군가 그 말을 그의 왼쪽 귀 뒤 1센티미터 자리에 갖다 놓고 가만히 한 번 말한 것 같았다.

그는 입을 열어 묻고 싶었다. 목이 말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차가 첫 번째 역을 지났는데, 안내 방송이 나오지 않았다.


두 번째 역을 지났는데도, 여전히 없었다.

세 번째 역에서야 소리가 났다 ㅡ 평소의 그 환승 벨소리가 아니었다.

그건 한 단락이었다, 마치 아주 먼 곳의 묘회에서, 작은 징을 한 번 친 뒤에, 다시 반 박자 두었다가, 목어를 한 번 보태고, 다시 반 박자 두었다가, 방울을 한 번 보태는 것 같은. 세 소리, 두 간격이 딱 한 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는 무척 짧았고, 끝나고 나자 객실은 그 소음 죽인 정적으로 돌아왔다.

구밍예는 그제야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창밖에 터널 등이 없었다.

평소 강자선 지하 구간은 터널 내벽이 자기 궤도가 박힌 금속 외피였고, 10미터마다 차가운 푸른빛이 도는 감응등이 하나씩 있어서, 열차가 미끄러져 지날 때면 한 줄 한 줄 가로빛으로 잘려 나갔다. 오늘 창밖에는 그런 것들이 전부 없었다.

한 줄 한 줄 늘어선, 자그마한 종이등이었다.

무엇인지 모를 것에 걸려 있었다. 등마다 가장자리가 닳아 보풀이 인 종이쪽이 하나씩 붙어 있었고, 글씨의 획은 또렷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알아볼 수 있었다, 한가운데 그 글자가 같은 글자라는 걸. 여러 번 거듭 붙여 놓은, 같은 글자.

過

過라는 글자 ㅡ "지나가다"라는 뜻이었다. 過, 過, 過, 過 ㅡ 줄곧 차 꼬리 쪽으로 뻗어 나가며, 마치 누군가 레일을 따라, 이 밤길의 보이지 않는 모든 한 치를, 같은 글자로 봉인해 놓은 것 같았다.

그는 이런 봉인법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할머니가 예전에 옛 강 지구 그 옛집 부엌 문 상인방에, 비슷한 걸 붙인 적이 있었다, 한 글자, 붉은 종이, 검은 먹. 할머니는 그게 "들어와선 안 되는 것"더러 보라고 붙인 거라고 했다. 무엇더러 보라는 건지는 말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 어머니가 옛집을 정리하면서 그 종이를 떼어 냈는데, 그 밑에 드러난 시멘트 벽면에 주변보다 조금 짙은 자국 하나가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 종이 뒤에서, 오랫동안 막혀 있던 것처럼. 어머니는 습기겠거니 하고는 페인트로 덧칠해 버렸다. 구밍예는 그때 열한 살이었고, 옆에 서서 보기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기억했다, 그 짙은 자국이, 모양이 좀 동그라미 같았고, 동그라미 안에 한 조각이 빠져 있었다는 걸.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그 평소의 여자 목소리였다.

다음 역, 13번 승강장. 승강장 틈에 주의하십시오.

13번 승강장.

이 노선은 전부 열다섯 역이고, 어느 역도 승강장 번호가 5를 넘지 않았다. 학원에 다닌 지 1년, 금요일마다 탔는데, 기억으로는 이 노선에서 가장 큰 그 환승역도 승강장 번호가 3까지였다. 13번은 없었다.

구밍예는 주머니 속 손글씨 노트를 꺼내, 그날 페이지를 펴고, 세 글자를 적었다.

열 셋

중간에 일부러 띄웠다. 글자와 글자 사이에 무언가가 끼어들까 봐 두려운 것처럼.

열차가 감속했다.

노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인은 차에 탄 뒤로 지금까지 자세를 바꾸지 않았다.


열차가 멈추고, 차문이 열렸다.

바깥은, 하나의 승강장이었다.

시멘트 바닥, 타일 벽면, 평소 강자선의 설계와 똑같았다 ㅡ 다만, 타일 색이, 흰색에 한 가닥 푸른 기운이 돌았다, 오래 묵은 낡은 치약 색깔처럼. 승강장 등은 같은 차가운 흰빛이었지만, 빛의 각도가, 비례상, 1센티미터쯤 낮았다.

승강장 전체에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차문 바로 맞은편 그쪽, 승강장 벽면에 직사각형 역명판이 박혀 있었다. 흰 바탕, 검은 글씨, 적힌 건 "13번 승강장"이었다. "13" 두 글자의 먹빛이 "번"보다 조금 짙어서, 막 누군가 덧써 넣은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노트에 방금 적은 세 글자와 대조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승강장 맞은편은 유리벽이었다. 유리벽 밖은, 그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리였다. 거리 끝에는, 낮은 집 몇 채 너머로, 어두운 붉은 기와지붕 한 자락이 있었고, 처마 밑에는 아주 작은 푸른 기름등 하나가 걸려,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그 등은, 아니었다.

이 시대에 이런 색깔로 켜져 있어선 안 됐다. 게다가, 그는 그 푸름을 알아봤다.

할머니가 예전에 옛 강 지구 그 옛집, 2층 베란다 바깥벽 고리에, 색깔이 똑같은 기름등을 하나 걸어 둔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말했었다, 밤에 이런 푸른빛을 보면, 다가가지 말라고. "들어와선 안 되는 것"더러 보라고 켜 둔 거라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 그는 열한 살이었고, 그 등이 무엇더러 보라고 켜 둔 건지 다시 한번 묻고 싶었다. 묻지 못했다.


그는 일어나, 차문 앞으로 갔다.

노인이 그의 등 뒤에서 두 번째 말을 했다.

"내려가서 다 보고는, 돌아오게. 못 돌아와도, 그것도 자네가 고른 거고."

이번 말은 그의 귀에 대고 한 게 아니라, 그의 쇄골 아래, 줄곧 차가워지고 있던 그 자리에 대고 한 말이었다. 그는 노인이 아무렇게나 한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주머니 속 휴대폰이 한 번 떨었다, 아주 가볍게, 천 세 겹을 사이에 둔 것처럼. 그는 꺼내지 않았다. 이 시간대면, 십중팔구 어머니의 그 "집 도착했어?"일 터였다. 그는 평소 23:48에 학원을 나오면 "나왔어, 차 탔어"라고 보냈다. 23:55까지 답이 없으면 어머니는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거의 50분, 그 떨림이 몇 번이었는지, 그는 세지 않았다.

그는 돌아서서, 객실로 돌아가, 이 차를 따라가야 했다 ㅡ 그게 어디로 가든. "연장편이 늦어, 곧 도착"이라고 한마디 보내, 어머니가 더 기다리지 않게 해야 했다.

하지만, 처마 밑 그 어두운 붉은 기와, 기와 가장자리의 그 살짝 위로 들린 곡선이, 할머니 옛집 지붕의 곡선과 똑같았다.

그는 할머니가 거기 있을 리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도, 그는 내렸다.

발이 그 "흰빛에 푸름이 도는" 타일을 밟는 순간, 차문이 닫혔다, 똑같은 아주 가벼운 "딸깍" 소리로.

그는 돌아봤다.

노인은 여전히 노약자석에 앉아, 자세를 바꾸지 않은 채, 그를 향해 보지도 않았다. 열차는 더 많은 승객을 기다리려 정차하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ㅡ 2초 뒤, 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음을 죽인 채, 천천히, 있어선 안 되는 다음 역을 향해, 지나갔다.

그는 열차가 터널로 들어가는 걸 봤다, 터널 안에는 여전히 그 한 줄 한 줄의, 過 자가 붙은 종이등이었다. 줄곧 뻗어, 뻗어, 차 꼬리의 붉은 등이 모퉁이 하나에 삼켜질 때까지.

그는 방금 내린 그 자리를 향해, 한 번 봤다 ㅡ 벽에 원래 있어야 할, "13번 승강장" 그 역명판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 타일 벽면은, 누군가 닦아 낸 것처럼, 깨끗하게,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는 노트를 꽉 쥐고, 돌아서서, 그 유리벽 밖을 바라봤다.

그 푸른 기름등은, 아직 있었다.

거리 입구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그가 방금 밟고 들어온 이 있어선 안 되는 승강장 안으로. 바람 속에는 그가 평생 맡아 본 적 없는 냄새가 있었다 ㅡ 마치, 아주 오래된 향이 나무 상자에 담겨, 50년을 묵었다가, 다시 열린, 그 한순간 같은.

바람이 그의 왼쪽 귀 옆으로, 돌아 지나갔다.

돌아 지나갈 때, 어떤 소리가, 노인의 그 목소리도 아니고, 안내 방송의 그 여자 목소리도 아닌, 성별도, 나이도, 억양도 가늠할 수 없는, 아주 가볍고, 아주 가까운 속삭임이, 그의 귓바퀴 안쪽에 달라붙어, 마치 누군가 그의 왼쪽 귀에 대고 완전한 한 문장을 말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글자를 붙잡지 못했다.

들리지 않는 게 아니었다 ㅡ 그 소리는, 상대가 숨을 내쉬는 박자까지 받아 낼 만큼 가까웠다. 상대가 한 말은 중국어 같았지만, 글자마다, 불완전한 음절로 쪼개진 뒤, 다시 바람에 다른 방향에서 그의 귀로 불려 들어와, 원래 그 문장으로 도로 맞춰지지 않았다.

그가 열네 살 때부터, 매주 대략 한두 번씩, 버스에서, 편의점에서, 줄곧 "내 귀가 좀 이상한가 보다" 하고 여겨 온 그 소리와 ㅡ 같은 종류였다.

다만, 이번엔 좀 더 가까웠다. 가까워서, 그는 처음으로 멈춰 서서, 상대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똑똑히 듣고 싶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노트를 펴고, 방금 그 세 글자 아래에, 이어서 썼다.

글씨가 좀 떨렸다.

이건 이명이 아니다


그가 노트를 막 주머니에 도로 넣자, 승강장 등이, 저 먼 끝 쪽에서부터, 하나, 또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

고장 나서 꺼지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 순서대로, 가만히 끈 것이었다.

어두워지는 속도가, 방금 열차가 진입하던 그 느림과, 똑같았다.

그는 방금 역명판이 있던 자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 봤다 ㅡ 그 타일 벽이, 가볍게, 안쪽으로 꺼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벽 뒤쪽에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눌러 들어가는 것처럼. 타일 사이의 틈에서, 물이 아닌 무언가가 새어 나와, 역명판이 원래 있어야 할 자리를, 한 겹 더 옅게 지워 냈다.

거리 입구 그쪽, 푸른 기름등 아래에서, 아주 가벼운, 문 하나가 밀려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알았다, 방금 내린 그 차문은,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그는 이 승강장이 다 지워지기 전에, 그 거리 입구까지 가야 했다.

그는 노트를 꽉 쥐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제 001 장 完 · 칭청시 슈위안 거리 → 슈위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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