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장| 봉책례
칠대 가문이 차례로 불리고, 내천 평민이 이어지고, 그리고 — "로엔. 무성. 제8 지계. 책 없음." 건네받은 것은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놋쇠 판. 그 순간, 광장 동북 모퉁이의 시선이 가슴의 놋쇠 단추와 같은 박자로 곤두섰다.
적환력 1218년, 동지월, 스물두째 날, 묘시.
로엔은 저절로 깼다.
소리에 깬 것이 아니라, 몸 안의 무언가가 스스로 그를 깨웠다. 11년의 변군 훈련이 남긴 재주다 — 낯선 환경에서는, 몸의 시계가 시각을 한 각 앞으로 당긴다. 오늘 숙사 247에서 그는 평소보다 차 반 잔 마실 만큼 일찍 깼다.
일어나 앉아, 첫째로 한 일은 탁자 위의 그 종이를 보는 것이었다.
종이는 제자리에 있었고, 잉크의 윤은 어제 오후보다 또 한 단계 두꺼워져 있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다.
로엔은 일어나, 외투를 다시 입고, 레이몬드가 남긴 단검을 왼쪽 허리에 도로 묶었다. 임시 통행패는 외투 안주머니에 그대로 있었고, 놋쇠 단추, 양피지 두루마리, 새로 배정된 숙사 247의 놋쇠 열쇠와 겹쳐져 있었다.
가슴의 놋쇠 단추 — 그 선은, 계속 성 한가운데 방향으로 당기고 있었다. 안정적이었다.
어제 그 흔들림 뒤로, 그것은 완전히 안정된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오늘 묘시의 당김은, 어제 오시의 당김과 같은 세기였다. 마치 자시의 그 한 번 흔들림이 착각이었던 것처럼.
그러나 로엔은 그것이 착각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묘시 끝에, 누가 문을 두드렸다.
학자 옷의 아침밥이 왔다 — 온 것은 어젯밤 그 화방 남자가 아니라, 서른 남짓의 여자 학자였다. 깃의 "학원·화방" 작은 패는 어젯밤 것과 같은 양식이었다 — 학원의 당직은 윤번제인 것이다.
그녀는 나무 쟁반을 탁자에 놓으며, 그 종이를 피해, 쟁반과 종이 사이에 두 치쯤 간격을 남겼다.
그녀는 탁자 위의 그 종이를 보지 않았다.
로엔은 알아차렸다 — 어젯밤 그 남자는 종이를 한 번 보았다. 오늘 이 여자는, 보지 않는다.
종이가 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알면서, 일부러 보지 않거나.
그녀는 "아침밥" 세 글자만 말하고, 몸을 돌려 나가, 문을 닫았다.
로엔은 알았다. 학원 화방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종이를 보는 자와, 보지 않는 자. 곧 "볼 권한이 있는" 자와, "없는" 자다.
학원 안은 아주 잘게 나뉘어 있다.
진시, 또 누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여니 — 거였다.
거는 문간에 서 있었다. 어제와 같은 두 손을 몸 앞에 모은 자세, 잿빛 학자 옷, 깃에 가문 문장은 없었다.
"사시에 봉책례요, 미리 갑니다." 거가 말했다. "갑시다."
로엔은 왜 미리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는 숙사 247의 문을 잠그고, 놋쇠 열쇠를 외투 안주머니에 넣었다. 탁자 위의 그 종이는 방에 남았고, 이제 종이 옆에 놋쇠 열쇠는 없었다.
거는 그를 외원을 따라 북쪽으로, 회랑 셋을 지나, 학원 내원으로 데려갔다. 내원의 돌길은 외원보다 넓었고, 양쪽에 나무가 심겨 있었다 — 잎이 아주 가늘고, 줄기가 아주 희었다. 변군 11년 동안 로엔이 본 적 없는 종류였다.
네 번째 회랑까지 와서, 거가 멈추더니, 손을 들어 앞쪽을 가리켰다.
"남회당 앞 광장이오."
로엔은 그쪽을 보았다.
광장은 거대했다.
바닥은 육각형 큰 돌판으로 짠 도안이었다 — 한 장이 대략 사람 너비, 옅은 잿빛, 가장자리는 아주 둥글게 닳아 있었다. 광장 전체가 그 육각형들로 이어졌고, 한가운데에 다른 것보다 조금 큰 육각형 돌판이 하나 있었다. 로엔은 눈대중으로 셈했다 — 광장의 지름은 대략 삼십 장.
광장 북쪽은 남회당의 입구였다 — 이층 돌 전각으로, 꼭대기에 첨탑이 둘 있었다. 탑 꼭대기는 흑탑과 같이 평평했고, 관은 없었다. 남회당의 벽은 짙은 잿빛으로, 학원의 다른 건물보다 한 단계 짙었다.
광장에는 이미 서른 남짓의 신입생이 모여 있었다 — 가문 색이 다른 속옷 위에 학원의 잿빛 옷. 로엔은 재빨리 한 번 훑었다 — 칠대 가문 색이 다 보였고, 가문마다 셋에서 여섯까지였다. 성면가의 은무늬와 서건가의 겹고리가 가장 눈에 띄고, 사람도 많았다. 혈화가의 짙은 붉은색과 각시가의 청동 모래시계 무늬가 그다음이었다. 명촉가의 검정에 거꾸로 촛불 무늬는 둘뿐이었고, 경정가의 거울 무늬도 사람이 적었다. 백기가의 은모래 무늬는 다른 가문들 사이에 흩어져 있어, 첫눈에 집어내기 어려웠다.
광장 바깥 둘레에는 연장자들이 둥글게 서 있었다 — 입은 것은 학자 옷이 아니라, 각 가문의 가문 복색이었다. 자기 집 계승인이 책을 받는 것을 보러 온 어른들이다. 로엔은 개별의 얼굴까지는 못 보았지만, 가문 색은 알아볼 수 있었다.
광장 북쪽, 남회당 계단 위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가운데는 쉰을 넘긴 노인으로, 새까만 학자 옷을 입었고, 깃에 아주 작은 도안을 하나 수놓고 있었다 — 칠대 가문 어느 쪽과도 닮지 않은, 로엔이 본 적 없는 것이었다. 양옆에 조수가 하나씩, 더 젊었다 — 하나는 얇은 놋쇠 책을 한 무더기 안고, 하나는 놋쇠 종을 들고 있었다.
가운데의 신입생들은 한 덩이로 뭉쳐, 서로 인사하지 않았으나, 눈은 놀고 있지 않았다. 다들 남의 가문 속옷 색을 몰래 훑고 있었다. 바깥 둘레의 그 가문 어른들의 고리는 훨씬 느슨해서, 머리를 맞대고 소곤대는 이도 있고,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이도 있어, 제집 뒤뜰에 있는 것 같았다. 계단 위에서 예를 집행하는 셋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로엔은 한 번 훑어보았다 — 광장 한가운데에 가까울수록, 사람이 팽팽했다.
거는 로엔을 어느 가문 신입생 무리로도 데려가지 않았다. 그녀는 로엔을 줄의 맨 끝으로 데려갔다 — 모든 신입생 뒤, 홀로 선 한 자리였다.
"특수 지계요." 거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고, 로엔에게 들려주려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 걸음 물러나, 로엔의 뒤 세 걸음에 서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사시.
남회당 계단 위, 그 검은 옷의 노인 — 학원 집례관 — 이 손을 들었다.
놋쇠 종을 든 조수가 세 번 쳤다.
광장이 조용해졌다.
"봉책례, 시작." 집례관이 말했다.
그는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차례는, 성면가, 백기가, 서건가, 각시가, 명촉가, 경정가, 혈화가.
한 가문이 불릴 때마다, 그 가문의 신입생이 계단 아래로 나아갔다. 집례관이 신입생의 성명과 지계를 부르고, 조수가 해당하는 놋쇠 책을 건넸다. 신입생은 책을 받고, 학원 표준의 예를 취했다 — 두 손으로 책을 받들고, 고개를 한 번 숙이고 — 줄로 물러났다.
로엔은 줄의 맨 끝에서 이 과정이 진행되는 것을 보았다.
가적책은 모두 놋쇠제로, 손바닥만 한 크기에, 명문이 들어 있었다. 집례관이 부를 때, 로엔은 그 내용을 들었다 — 가문 + 지계 + 학원에서의 신분(방계 / 적계 / 서계 등) + 학원 내 배정 몫. 배정 몫에는 숙사 번호, 훈련 시수, 식사 구역, 회당 열석 자격이 들어 있었다.
그것이 흑탑 학원의 체계 일습으로, 신입생 하나하나의 책에 적혀, 평생 따라다닌다.
칠대 가문을 다 부르고 나서, 집례관은 한 박자 쉬고, 다시 불렀다. "내천 평민."
그 마르고 왜소한, 성이 쉰인 신입생이 나아갔다. 집례관이 불렀다. "쉰. 지계 없음. 흑탑 내천 평민. 숙사 91. 훈련 시수는 방청제에 따름. 식사 구역 동상. 회당 열석 자격 없음."
조수가 그에게 놋쇠 책을 하나 건넸다. 쉰은 고개를 숙여 책을 받고, 물러났다.
집례관은 또 한 박자 쉬었다.
"특수 지계."
광장의 모든 시선이, 로엔 쪽으로 돌았다.
거는 로엔의 뒤 세 걸음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집례관이 불렀다. "로엔. 무성. 제8 지계. 책 없음."
"책 없음" 세 글자를, 집례관은 앞의 어느 신입생의 "숙사 번호"와도 똑같이 고르게 불렀다. 굳이 힘주지 않았다. 그러나 로엔은 들었다 — 광장의 수십 명, 모든 시선이 그 하나에 모여 있었다.
그는 나아갔다.
계단 아래까지, 로엔은 세 호흡을 썼다.
한 걸음마다, 광장의 그 시선들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 칠대 가문의 계승인들이 보고 있다. 광장 바깥 둘레의 가문 어른들이 보고 있다. 계단 위의 집례관과 조수가 보고 있다. 광장 북쪽, 남회당 문가에 선 학자 둘도 보고 있다.
그는 계단 아래에 이르러, 멈췄다.
집례관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집례관의 눈은 잿빛이었고, 학원의 모든 건물과 같은 잿빛이었다.
"로엔. 무성." 집례관이 한 번 되풀이했다.
"예." 로엔이 말했다.
집례관은 책을 넘기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내밀었다 — 조수가 놋쇠 판 하나를 집례관에게 건넸다.
그 판은 다른 가적책과 크기도 같고, 놋쇠 빛도 같았지만, 위에는 어떤 명문도 없었다. 다른 가적책에 있어야 할 가문 지계도, 학원 신분도, 배정 몫도, 빈 놋쇠 판에는 한 항목도 없었다. 판 전체가 비어 있었고, 갈려 있었고, 매끄러웠고, 그저 놋쇠 한 장이었다.
집례관이 빈 놋쇠 판을 로엔에게 건넸다.
"제8 지계는 현행에 책이 없으니, 구례에 따라 빈 책을 준다." 집례관이 말했다. 목소리는 평온했다. "빈 책을 가진 자는, 숙사 번호는 인도원의 임기 처치에 따르고, 훈련 시수는 보충을 기다리며, 식사 구역은 의논을 기다린다. 회당 열석 자격은 없다."
로엔은 두 손으로 빈 놋쇠 판을 받았다. 무게는 다른 가적책과 같았다 — 놋쇠의 밀도는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손에 쥔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다른 책에는 명문의 요철이 있고, 빈 책은 순전한 평면이다.
가슴 안주머니의 놋쇠 단추가 — 그가 빈 놋쇠 판을 받든 그 순간에 — 한 번 툭 건드려진 것 같았다.
이전의 그 안정된 열도 아니고, 천천히 데워지는 열도 아니었다. 짧은 맥이었다 — 무언가가 멀리서 한 번 밀었다가, 도로 거두어 간 것 같은.
로엔은 움직이지 않았고, 낯빛도 바꾸지 않았다. 11년의 변군 유배로, 그는 얼굴을 다스리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를 알아차렸다 — 놋쇠 단추가 뜨거워진 그 한순간, 광장의 어느 자리에서, 한 시선이 갑자기 유난히 골똘해졌다.
그를 보는 시선이 다 바뀐 것이 아니라, 그중 하나가 그랬다. 자리는 광장 동북 모퉁이의 가문 어른들 무리 안이었고, 로엔에게서 대략 이십 장이었다. 누구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 나이도 성별도 알 수 없고, 그저 하나의 그림자였다.
그 시선과, 놋쇠 단추의 맥은, 대체로 동시였다.
시작한 때도, 끝난 때도, 둘 다 동시였다.
로엔은 줄의 맨 끝으로 돌아갔고, 거는 여전히 그의 뒤 세 걸음에 서 있었다.
광장의 수십 시선이, 천천히 거두어졌다.
그 동북 모퉁이의 시선은,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거두어졌다. 그러나 거두어졌다.
로엔은 줄 안에 서서, 손에 빈 놋쇠 판을 받든 채, 동북 모퉁이 쪽으로 다시 보지 않았다. 11년의 변군 훈련 가운데 그가 스스로 터득한 규례가 하나 있다 — 누가 너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돌아보아 누구인지 보러 가지 마라. 한 번 돌아보면, 상대는 네가 알아차렸음을 안다. 그 정보 조각은 그로써 쓸 수 없게 된다.
집례관이 놋쇠 종을 세 번 쳤다.
"봉책례, 끝."
광장의 신입생들은 저마다 학자 옷의 인도원을 따라 흩어졌고, 가문 어른들도 광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거는 로엔 곁으로 돌아와, 그가 방금 받은 빈 놋쇠 판을 평하지 않았고, 놋쇠 단추의 일도 평하지 않았다 — 거는 당연히 놋쇠 단추의 일을 모른다.
"숙사로 돌아갑시다." 거가 말했다.
두 사람은 왔던 길로 돌아갔다. 내원의 회랑 넷을 지나, 외원을 거쳐, 숙사 247 문 앞까지.
거는 문 앞에 섰다. 어제와 같았다.
"내일 사시, 초기 강습이오." 그녀가 말했다. "흑탑 삼층 남쪽 홀."
손도 흔들지 않고, 몸을 돌려 갔다.
로엔은 그녀가 세 번째 회랑을 지나,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문을 열고, 숙사 247로 들어갔다.
탁자 위의 그 종이는 그대로 있었다.
로엔은 탁자로 가, 빈 놋쇠 판을 내려놓았다 — 종이 옆에, 포개지 않고. 종이 한 장, 빈 놋쇠 판 하나가, 탁자 위에 나란히 놓였다. 이 방에서 그의 것인 두 물건은, 어느 쪽에도 글자가 없었다.
그는 침상 가로 가 앉아, 외투를 벗었다. 가슴 안주머니의 놋쇠 단추는, 당김이 안정되게 성 한가운데로 향해 있었다. 조금 전의 그 맥은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았고, 놋쇠 단추는 완전히 고요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나 로엔은 다른 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빈 놋쇠 판을 받든 그 한순간에, 광장의 한 사람이 그에 맞춰 움직였다. 동북 모퉁이, 얼굴이 보이지 않던 그 그림자 — 그것이 골똘해진 순간은, 놋쇠 단추의 맥과 동시였다. 시선을 거둔 순간은, 남들보다 조금 늦었다. 이십 장 밖에서, 누군가의 주의가 그의 가슴 그 놋쇠 조각과 같은 박자로 일고 졌다.
로엔은 그 방향을 두 번 보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를 적어 두었다.
변군에서 흑탑까지, 놋쇠 단추는 줄곧 그 자신만 아는 물건이었다. 오늘 사시, 그 광장에서, 처음으로 다른 한 사람이, 같은 순간에 그것을 느꼈다.
【제 008 장 끝 · 흑탑 학원 숙사 247 → 남회당 앞 광장 → 숙사 247】
이 작품 업데이트 받기
이메일을 남기면 새 화가 공개될 때 바로 보내드립니다.
관측자 댓글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