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기 고문자 '空'
늙은 왕의 혀 위에 글자가 하나 있었다. 살에서 자라 나와 획이 조직 속에 파묻혀 있었다. 옛 두루마리에 적혀 있다. 첫 글자가 사람의 혀에 나타나고, 뼈 안에서 자라면, 왕이 죽는다.
검시할 때 누군가 늙은 왕의 혀를 들추었고, 혀 위에 글자가 하나 있는 것을 보았다.
그 글자는 살에서 자라 나와 획이 조직 속에 파묻혀 있었고, 가장자리가 주위 점막과 하나로 이어져 본래부터 거기 있어야 했던 것 같았다. 천으로 닦아도 지워지지 않았고, 칼로 가볍게 긁으면 긁혀 나오는 것은 살이었다. 획은 다섯이고, 첫 획은 혀끝 쪽에서 시작해 목구멍 방향에서 끝났다.
그것은 신들의 기의 고문자로, '空'이라 읽는다. 그것을 알아본 사람이 300년 동안 아무도 손대지 않은 왕릉 제문 사본 한 부를 뒤졌다 — 그 사본은 세 번째 가문이 보관하던 것이고, 세 번째 가문이 없어진 뒤로는 그레이펜 가문이 대신 맡았다. 종잇장이 부스러질 듯해 나무쪽으로 넘겨야 한다. 그 안에 신들의 기 말년의 한 조목이 적혀 있었다.
첫 글자가 사람의 혀에 나타나고, 뼈 안에서 자라면, 왕이 죽는다.
고문자가 모두 몇 자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제문에는 목록도 없고 주석도 없으며, 사본에서 글자 수를 언급한 자리는 모두 앞사람이 지워 놓았다. 아주 깨끗하게 지워서 획의 그림자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첫 글자'라면 두 번째 글자도 세 번째 글자도 있다는 뜻이다. 그것들이 누구의 몸에 자랄지, 어느 날 나타날지 — 옛 두루마리에는 적혀 있지 않거나, 적혀 있었으나 누가 그 장을 찢어 갔다. 거기까지 넘기면 찢긴 자리가 가지런하다. 칼로 자른 것 같다.
그레이펜 가문 사람은 법도대로 이 조목의 부본을 베꼈다. 사본은 두 부를 만들어 한 부는 서고에 두고 한 부는 교황청에 올려야 한다. 이번에는 한 부만 베껴 서고에 두었다. 교황청에 올릴 그 한 부는, 글씨를 쓰던 사람이 붓을 내려놓고 위의 분부를 기다렸다. 위에서는 끝내 분부가 없었다.
관측자 댓글
0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