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글자의 변이
새벽의 간판이 이따금 한 번 '깜빡'한다. 익숙한 글자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네모난 글자로 바뀐다. 그런데 본 사람은 자기가 '뜻을 안다'고 말한다.
새벽 무렵 길가의 간판이 이따금 한 번 '깜빡'한다. Cosmed, 편의점. 익숙한 글자 몇 개가 4초 안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다른 네모난 글자로 바뀌었다가 되돌아온다.
기록된 지점은 세 곳이고, 모두 차 안에서, 모두 곁눈에 스친 것이다. 신베이 환허 고속도로의 어느 구간에서는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중에 버블티 가게 간판의 네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고, 50미터 지점까지 가자 '펄 밀크티'로 돌아왔다. 중샤오둥로 4단에서 바더로 교차로를 지날 때, 02:46:00에 어느 체인 약국의 주황색 바탕 간판이 네모난 글자 두 개로 바뀌었고 02:46:04에 되돌아왔다. 네이후의 어느 좁은 길에서는 03:16:42에 편의점의 붉은 바탕 간판에서 두 글자가 바뀌었고 03:16:46에 되돌아왔다. 일부러 길가에 차를 세우고 지켜본 그 며칠 밤에는 간판은 그냥 간판이었다.
그 글자들은 한자의 획 밀도와 좌우 배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찾아볼 수 있는 어떤 체계에도 속하지 않는다. 캡처 이미지를 Google Lens, Microsoft Translate, 바이두 이미지 검색, DeepL, 유다오, Yandex, Naver 등 7개 다국적 인식 플랫폼에 넣어 본 결과, 응답은 각각 'Detected language: undefined', '결과 없음', '현재 이 이미지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완전한 공백이었다.
문물 고증 일을 8년 한 친구가 정지 캡처 4장을 보고, 한자 같지 않고 자기가 잘 아는 일본어와 한국어, 베트남어와 태국어, 아랍 문자와 동남아시아 계통과도 다르다고 했다. 클링온이나 톨킨류의 인공 문자 표본도 본 적이 있는데 그것과도 별로 닮지 않았다고 했다. 그녀가 가장 불편해한 부분은 글자의 무게중심이었다. 무게 분포가 기계적으로 등간격으로 보이고, 사람이 글씨를 쓸 때의 관성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녀는 4글자로는 표본이 너무 적어 어떤 체계의 변종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으며, 획순과 기필, 수필은 동적인 프레임이 있어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것을 본 사람들은 자기가 '뜻을 안다'고 말한다. 약국 쪽 글자는 '지친 사람에게 주는 보약' 같은 말이고, 편의점 쪽은 '밤의 보급소' 같다고 한다. 눈을 감고 그 글자들의 형태를 떠올리면 형태는 흐려진다. 기억에 따라 그려 보면 처음에는 동그라미 하나에 가로줄 하나가 나오고, 두 번째에는 찌그러진 동그라미에 선 세 개가 나오고, 세 번째에 그려진 것은 구름 덩어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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