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는 골목
벽돌담 중간에 폭 1미터쯤 되는 구멍. 모서리도 이음매도 없다. 그것은 161초 동안만 존재했고, 감시 카메라 두 대가 동시에 찍었다.
신이구의 한 주거용 건물 서쪽 벽 중간, 쓰레기 수거함 왼쪽에 폭 1미터쯤 되는 구멍이 있다. 모서리의 곡률도, 이음매도, 중간 단계도 없다. 벽돌담 중간이 1미터 폭의 검정으로 파여 있고, 바닥은 그 안쪽으로 이어지다가 삼켜진다.
낮에 가서 만져 보면 벽돌은 벽돌이다. 진한 붉은색, 이십몇 년 된 시멘트 벽돌, 표면은 거칠고 알갱이가 있고 기공은 불규칙하며 볕에 달아 뜨겁다. 세 번 두드리면 속이 찬 소리가 난다. 벽 안쪽은 엘리베이터 승강로이고, 더 들어가면 어느 집 부엌이다. 스트리트뷰 차량의 2019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 기록은 모두 같다. 벽돌담이다. 이 길에서 18년째 오토바이 정비소를 하는 주인은 골목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것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새벽 03:15:40부터 03:18:20 사이에만, 161초 동안, 초 단위까지 어긋남 없이 존재한다. 제조사도 각도도 다른 감시 카메라 2대가 같은 시간대에 그것을 동시에 찍었다. 한 대는 Hikvision으로 시계가 0.7초 빨랐고, 한 대는 Letv로 1.2초 빨랐다. 각자의 오차를 빼고 나면 구멍이 열린 시점은 같은 초 안에 떨어진다. 기계 두 대가 같은 초, 같은 위치, 같은 1미터 폭으로 함께 고장 날 수는 없다.
뷰파인더를 통해 걸어 들어간 사람은 육안으로는 내내 얼굴을 붉은 벽돌담에 붙인 채 걷고 있지만, 뷰파인더 안에는 온전한 시멘트 골목이 있다. 양쪽은 시멘트 벽, 바닥은 갈라진 시멘트 벽돌, 머리 위 전선에는 부리가 긴 옛날식 새장 모양의 플라스틱 전등갓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물이 있다. 공기는 차 안보다 3도 차갑다.
골목에는 끝이 있다. 스무 걸음쯤 걸으면 옛날식 가로등이 하나 보인다. 시멘트 등주에 회색, 전등갓은 초록과 흰색 법랑이고 녹이 슬어 있어 지금 타이베이에서 쓰는 금속 도금 제품과는 다른 연대의 물건이다. 등 아래에는 낮은 의자가 하나 있고, 그 의자에는 짙은 파란 얇은 외투를 입고 플라스틱 샌들을 신은 노부인이 앉아 있었다. 하룻밤을 넘기고 다시 들어가면 등주는 그대로 있고, 지면에서 1미터쯤 되는 높이, 골목 끝을 향한 면에 손바닥 절반 길이의 새로 긁힌 자국이 하나 늘어 있다. 녹을 뚫고 아래의 회색 시멘트가 드러난 자국이다. 낮은 의자도, 노부인도, 그녀가 가리켰던 골목 끝의 그 낮은 집도 전부 없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물 자국도, 의자 다리 자국도, 신발 자국도 없다.
구멍 안쪽 깊은 곳에 흐린 노란 빛이 한 프레임 있다. 처음에는 1프레임뿐이었고 지름은 4픽셀쯤이었다. 이레째 현장에서 찍은 판본에서는 그 노란 빛이 7초 동안 이어졌다. 픽셀 단위로 확대하면 광원 앞을 뭔가가 가로질러 지나간다. 하나는 곧게 선 것, 하나는 조금 낮은 것, 둘 다 팔을 흔드는 진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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