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화
수행하는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두 글자. 기가 공법의 결에 부딪혀 거꾸로 치고 날뛴다. 가벼우면 기가 가라앉고, 무거우면 경맥이 막히고 정신이 뒤틀린다.
수행하는 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두 글자다. 기가 공법의 결이 있는 자리까지 가서 들이받고 거꾸로 치며 날뛴다. 가벼우면 답답한 통증과 함께 기가 가라앉고, 무거우면 경맥이 막히고 정신이 뒤틀린다. 방시에서는 사흘이 멀다 하고 누군가 길목에 쓰러진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지만 나서는 자는 몇 없다.
무거운 쪽은 모양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낯빛이 붉게 달아오르고 이마에 땀이 배어, 둘러선 사람들은 관문을 뚫는 고비에 이르렀다고 여기고 더러는 낮게 감탄하기도 한다. 이어 피를 한 입 뿜고 일곱 구멍에서 핏발이 배어 나오며 온몸의 경맥이 불끈 솟는다. 살갗 밑에서 무언가 날뛰는 것 같다. 끝에는 몸이 흐물흐물 무너지고 낯빛이 붉은색에서 자주색으로 바뀐다. 여기까지 오면 향 한 대 타는 동안에 되돌리지 못할 경우 경맥이 끊어진다.
구하는 법은 두 가지다. 흔한 쪽은 혈을 눌러 기를 넘기는 것이다. 손바닥 하나를 등 한복판에 대고 거꾸로 흐르는 기를 도로 밀어 넣는다. 날뛰는 기는 눌러 되돌릴 수 있어도 꽉 막힌 그 자리는 풀리지 않는다. 다른 쪽은 침을 놓는 것이다. 기가 가장 심하게 뭉친 자리에 한 줄기를 터서 거꾸로 밀려든 기가 물러날 길을 내 준다. 침은 관규에 떨어져야 하고 깊이가 한 푼만 어긋나도 헛침이 된다. 맞히느냐 못 맞히느냐는, 방시의 말로는 반은 손에 익은 솜씨고 반은 운이다.
가벼운 쪽은 길목까지 나오지 않고 제 방 안에서 지나간다. 기가 가슴에 답답하게 얹히면 쭈그려 앉아 이를 악물고 밤을 넘기고, 이튿날에는 그대로 일하러 간다. 다만 기가 한 토막 아래로 가라앉아서 열흘 보름은 쉬어야 돌아온다. 이런 것은 아무도 장부에 적지 않고 아무도 알지 못한다. 사람을 정말로 무너뜨리는 것은 대개 이렇게 답답한 채로 넘기고, 또 몇 번이고 넘기는 쪽이다.
주화한 뒤에 가장 성가신 것은 뒷셈이다. 가장 하품인 보맥약이 한 첩에 영석 10개, 주화 1회의 간병 미납금이 동전 174닢이다. 내지 못하면 '인수'된다. 수련 계약으로 대신하거나,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그런 곳으로 들려 간다. 길목에 둘러선 사람들이 보는 것도 대개 이 대목이다. 쓰러진 이 사람을 물러 줄 사람이 오는지 마는지를 기다린다. 닦은 것을 모두 잃고 문을 나선 자는 기감이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아, 남의 문을 지키고 장작을 패고 야경 북을 치는 일밖에 못 한다. 손의 굳은살이 검을 쥐던 자리에서 장작칼을 쥐는 자리로 옮겨 간다.
방시는 주화를 '자질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말로 설명한다. 그런데 주화하는 사람이 저마다 들이받는 것이 죄다 같은 결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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