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 방시

산수사들이 모여 먹고사는 곳. 동가의 단포, 서가의 부적 노점, 정저 골목의 헌옷 —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이 들면 얼굴을 하나 바꿔 쓴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6.20

산수사들이 모여 먹고사는 곳이다. 동가의 단포, 서가의 부적 노점, 남시의 약방, 동구의 싸구려 술, 정저 골목의 헌옷과 중고 단로 — 낮에는 장사를 하고 밤이 들면 얼굴을 하나 바꿔 쓴다.

방시는 동가, 서가, 남시, 북창 네 구역으로 나뉜다. 동가에 깔리는 것은 종문이 밖으로 내놓은 완성단과 그럴듯한 법기이고, 청석 바닥까지 깨끗하게 쓸려 있다. 서가의 청석 바닥은 태반이 떨어져 나갔고 팬 자리마다 여러 해 묵은 약재 찌꺼기의 검은 물이 고여 있다. 노점에 놓인 것은 산수사가 제 손으로 말린 약초, 닳아 이가 빠진 헌 부적, 근으로 달아 파는 폐자재다. 동가에서 신선 노릇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사람은 결국 서가로 옮겨 와서, 닦으면서 언젠가 서가에도 붙어 있지 못할 날을 기다린다. 정저 골목은 동가 어귀에서 남쪽으로, 하급 영물 재료를 파는 작은 가게 몇 곳을 지나 꺾어 들어간 자리에 있다. 골목 어귀에는 버려진 마른 우물이 하나 있고, 두 사람이 엇갈려 지나기도 어려울 만큼 좁다.

명부에 오른 산수사가 약 800명, 암시에 200명 안팎이 더 있다. 규정비를 걷는 당구(堂口)가 서가의 이 손바닥만 한 땅을 쥐고 있다. 당주가 누구인지 본 사람은 몇 없고, 당 안에 자제들을 한 무리 길러 규정비를 걷고 단약을 풀고 말 안 듣는 자를 짓누르는 일을 전담시킨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방시에는 방시의 규칙이 있다. 점주가 밥 먹을 때 찾아가지 말 것. 점주가 그릇을 내려놓기 전에는 입을 열지 말 것. 점주가 굳이 보지 말라고 했다면, 그것은 네가 줄곧 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가 진작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규칙 밑으로 흐르는 것은 영석과 피다.

하루는 이런 모양이다. 묘시 언저리에 장이 열리고 약재 천막이 먼저 짐을 부린다. 단포의 화로는 밤중에 이미 불을 지폈다. 한낮이 가장 붐빈다. 해가 기울면 약을 파는 자, 부적을 벌여 놓은 자, 단약 항아리를 거두는 자가 하나씩 정리하느라 바빠진다. 야경 북이 삼경을 알리고 나면 거리에는 순찰하는 발소리만 남는다. 밤의 방시는 다른 한 무리의 것이고, 오가는 거래도 다른 종류다.

방시 문 앞에는 검문하는 자가 있어서 밖으로 나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종문 외문 고시를 보러 가려면 먼저 자격부가 한 장 있어야 하는데, 관을 거치는 길은 영석에 천거까지 필요하고 암시는 영석만 본다. 값이 300개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다. 이 수를 모을 수 있는 산수사는 한 해를 통틀어 몇 나오지 않는다.

방시는 산수사가 위로 오르는 첫 번째 계단이다. 이 계단은 아주 넓다. 넓어서 대다수는 한 번 올라선 뒤 평생 발을 옮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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