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회장

방시에서 가장 낮은 등급의 '인수장'. 주화하고도 물러 줄 사람이 없는 산수사가 이곳으로 들려 온다. 들어간 사람이 나올 확률은 0이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6.20

청기 방시 서쪽에 있는, 가장 낮은 등급의 '인수장'이다. 주화한 산수사가 미납금을 내지 못하고 물러 줄 사람도 없으면 이곳으로 들려 온다. 장부에 적히는 말은 수용이다. 들어간 사람이 나올 확률은 0이다.

인수에는 인수의 절차가 있고, 손발이 몹시 익어 있다. 단포 점주가 발 뒤에서 종이쪽 한 장을 내밀면 사람을 메러 온 자들이 먼저 거기 적힌 이름을 한 번 읽어 확인한다. 그다음 엄지로 다친 자의 왼쪽 갈비뼈 아래를 한 번 눌러 본다. 무언가를 검사하는 것 같다. 검사가 끝나면 3자 길이의 잿빛 가죽끈으로 소리 없이 묶고 앞뒤로 메고 나간다. 발은 바닥에 끌리지 않는다. 종이쪽을 내미는 데서 문밖으로 메고 나가기까지 앞뒤로 차 한 잔 마실 동안도 걸리지 않는다.

미납금에도 나누는 법이 있다. 주화한 산수사가 진 그 돈은 단포가 절반을 대신 떠안는데, 대개 다친 자가 아직 못 받은 품삯에서 깎는다. 나머지 절반은 역회장 앞으로 단다. 이 절반이 어떻게 셈이 맞아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장부에 둘째 줄이 없다. 단포와 역회장 사이의 이 '전매'는 방시의 가게들 대부분이 가지고 있다. 물어보면 점주는 다친 사람을 거두어 줄 곳을 찾아 준 것뿐이라고만 한다.

사람을 메러 오는 두 젊은이는 푸르스름한 잿빛 짧은 저고리를 입고 허리에 그 3자짜리 잿빛 가죽끈을 걸고 있다. 나이는 둘 다 많지 않고 말이 극히 적다. 소리쳐 부르지도 않고 설명하지도 않으며, 사람을 묶을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 거리의 사람들은 반걸음 비켜서서 눈으로 몇 걸음 따라가다가 각자 제 일로 돌아간다. 한 번 막아서면 앞으로 이 거리에서 지낼 날을 대가로 치른다.

동가 어귀 게시벽에는 '인수 등록'이 한 장씩 붙는다. 사람을 거둔 그날 바로 붙이는데, 집안 사람이 와서 이름을 맞춰 보고 데려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수 등록
  이름       정묘
  본래 일    서가 광갱 정식 인부
  미납금     동전 174닢 (단포 대납 87)
  찾아감     —

열일고여덟 장이 그렇게 걸려 내려왔는데, 맨 아랫칸은 한 장도 채워진 적이 없다. 7일이 넘도록 떼러 오는 사람이 없으면 방시에서 이름 밑에 빗금 두 줄을 긋는다. 종이는 오래 볕을 쬐면 부슬부슬해지고 누레진다. 새 장이 헌 장 위에 덮여 붙다 보니 나중에는 그 벽이 손가락 하나 두께만큼 두꺼워졌다.

마당의 담은 사람 키보다 높고 문은 일 년 내내 닫혀 있으며, 담 위에는 깨진 기왓장이 한 줄 눌려 있다. 안에 정말로 들어가 본 사람은 없는데 말은 적지 않다. 안이 막일꾼 막사라는 말이 있고, 주화한 사람을 마지막 한 숨까지 짜내는 광갱이라는 말이 있으며, 애초에 마당 같은 것은 없고 메고 들어간 사람은 그날 밤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은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지만 맞춰 보러 가는 사람도 없다. 맞춰 보러 간다는 것은 제 발로 그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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