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초단포
동가의 단포. 주인은 주씨이고 소맷부리에 암금 모란을 수놓았다. 앞채에서는 응기산을 팔고, 뒤뜰에는 회살한 폐단이 항아리째 쌓인다.
청기 방시 동가의 단포다. 주인은 주씨이고 소맷부리에 암금 모란을 한 송이 수놓았다. 앞채에서는 단약을 파는데, 나가는 가마마다 장부에 적히고 표식이 붙는다. 뒤뜰은 딴 세상이다. 큰 폐단 항아리 3개, 작은 것 2개, 작은 단로 두 자리, 잡동사니 헛간 하나, 낮은 나무 탁자 하나.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응기산이다. 한 알에 동전 3닢, 10알 한 첩이 동전 8닢. 거두어 온 폐단은 색깔에 따라 무더기를 나눈다.
폐단 색 구분
잿빛 불조절 나쁨 · 약재 찌꺼기 덜 달임 독 없음, 효력 없음
푸른빛 약재 상극 · 단약 맺을 때 푸른 기운 가벼운 기 손상
암적 회살한 뒤 색이 바램 중간 독 · 경맥이 막히고 처짐
사흑 어느 약재를 누가 나중에 손댐 삼키면 맥이 상함사흑 그 색은 뒤뜰에서 다달이 꼬박 2~3알씩 나온다. 항아리를 치우는 것은 약동의 일이고 묘시 전에 끝내야 한다. 먼저 수면에 뜬 것을 건져 색깔별로 나누고, 갈퀴로 항아리 바닥에 가라앉은 찌꺼기를 몇 번이고 쳐 낸다. 바닥에는 미처 골라내지 못한 단약이 있기 마련이라, 곱게 치는 사람은 한 번에 두세 알을 건진다. 폐약사가 다달이 한 번 항아리를 거두러 와서 끌고 가 폐기를 뽑아낸다. 폐기가 어디로 팔리고 누가 사서 무엇에 쓰는지는 방시 밑바닥 일에서 '물어선 안 되는' 축에 든다.
약동은 가게에서 가장 값이 싼 한 등급이다. 불을 잡는 데는 불 잡는 사부가 있고 약을 배합하는 데는 배합하는 일꾼이 있다. 약동이 맡는 것은 장작 패기, 숯 보기, 폐단 항아리 치우기, 그리고 욕먹기다. 월삯은 동전 몇십 닢이고, 화로 하나를 놓치면 반달 치가 깎이니 동전 30닢이다. 약동 하나에게 이곳은 방시의 잔혹함을 두루 내다보는 창이다. 누가 단약을 잘못 먹어 맥이 상했는지, 누가 미납금을 내지 못해 들려 나갔는지, 어느 폐단 항아리를 점주가 굳이 치우지 말라고 했는지.
주 점주는 사람을 나무랄 때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그는 손에 든 그 장부에 기댄다. 20알 분량의 재료로 쓸 만한 것이 3알도 나오지 않았으면 나머지는 누구 앞으로 다는가. 영리하고 어리석지 않으며 말수가 적다. 내려놓는 말마다 무게를 달아 본 말이다.
뒤뜰 셋째 항아리는 삼베를 덮었다가, 돌로 눌렀다가, 단단한 널판으로 바꿨다가, 손바닥만 한 구리 자물쇠까지 채웠다. 무엇을 잠근 것인지는 가게 안에서 말없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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