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권 《토납권》

12장짜리 손으로 베낀 잔권. 널리 도는 토납결보다 왼쪽 갈비뼈 아래 미맥을 하나 더 지나는데, 바로 그 맥 위에 반 치 길이의 끊긴 자국이 남아 있다.

마지막 업데이트: 2026.06.20

12장짜리 손으로 베낀 토납 잔권이다. 굵은 노끈으로 꿰어 묶었고 겉장에는 이름이 없다. 적어도 3명의 손을 거쳐 베껴졌는지 글씨의 짙기가 고르지 않다. 앞 몇 장의 먹은 이미 갈색으로 바랬고 뒷도막은 아직 검다.

셋째 장에 제목이 있다. 《토납권 · 상》, 그 아래 16자 구결이 적혀 있다.

둘을 들이고 하나를 멈추고, 둘을 내쉬고 하나를 멈춘다. 기를 이끌어 아래로 가라앉히고, 단전을 지나, 독맥을 돈다.

방시에 도는 《소주천 토납결》보다 왼쪽 갈비뼈 아래 미맥을 하나 더 지난다. 그리고 바로 그 미맥 위에 반 치 길이의 끊긴 자국이 하나 남아 있다.

이대로 익히면 기가 끊긴 자국까지 가서 그대로 들이받는다. 가벼우면 답답하고 아프며, 무거우면 주화하여 맥이 상한다. 여러 번 들이받으면 그 상처가 미맥 위에 한 겹씩 깊이 갈려 들어가고, 나중에는 3층 꼭대기에 발이 묶인다. 문 없는 담벼락을 들이받는 것 같아 아무리 밀어도 넘어가지지 않는다. 미맥을 하나 더 지난다는 것은 언뜻 보면 진일보다. 이것을 베낀 자들도 대개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방시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잔권을 익히는 산수사가 70명 안팎이다. 익히는 것이 이 한 권은 아니어도 들이받는 것은 같은 종류다.

3가지 필체에는 저마다 성미가 있다. 첫 번째 손은 반듯하게 썼고 한 획도 허투루 놀리지 않았다. 두 번째 손은 서둘렀는지 글씨가 오른쪽으로 기울고, 모르는 데가 나오면 모양만 그대로 본떴다. 세 번째 손이 가장 편한 길을 갔다. 확신이 서지 않는 획은 죄다 먹점 하나로 덮어 버렸다. 세 사람이 내리 베껴 오는 동안 틀린 것도 빠진 것도 늘었는데, 유독 미맥 그 대목의 흐름만은 세 부가 털끝만큼도 다르지 않다.

이런 권은 방시에서 노점에 내놓고 팔지 않고, 내놓을 수도 없다. 손에 넣은 사람은 기름 먹인 천으로 싸서 마루 밑 감춘 칸에 밀어 넣는다. 밤에 꺼내 익히고, 익히고 나면 곧바로 도로 넣는다. 무엇을 익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한결같이 《소주천 토납결》이다.

이 권의 내력은 한마디뿐이다. 6개월 전, 술 취한 늙은 산수사가 이것을 영석 3개와 바꿨다. 권을 넘기면서 노인은 한마디만 남겼다. "젊은이 — 이건 익히지 마라." 그때는 아무도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 결을 한 번 들이받고 답답한 통증에 허리를 펴지 못하고 나서야, 그 말을 한 자 한 자 다시 곱씹은 사람이 나왔다.

잔권이 어디가 이지러졌는지, 이것을 베낀 3명은 왜 그 결을 메우지 않았는지 — 권에는 적혀 있지 않다. 그 끊긴 자국의 가장자리는 좀먹은 것 같지도 않고 물에 번진 것 같지도 않다. 나중에 누군가 칼을 한 번 댄 것처럼 가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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