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글자

되풀이해 나타나는 신들의 기 고문자 하나. 늙은 왕의 유골 조각 위에, 오래된 청동 걸쇠 뒷면에, 왕릉 장랑 빈자리의 돌 받침대 위에, 은 인장 바닥에 — 같은 글자다. 알아본 사람은 말한다. 들어 본 적은 있는데 알아볼 수는 없다고.

마지막 업데이트: 2026.06.20

신들의 기 고문자가 하나씩 떠오르고 있다. 첫 글자는 '空'이고 늙은 왕의 혀 위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로 또 하나의 글자가 되풀이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선 세 번째 글자라 부르는데, 그것이 늘 어떤 한 벌의 글자 가운데 셋째 자리에 놓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서로 상관이 있을 리 없는 너무 많은 곳에 나타난다. 늙은 왕의 유골에서 나온 그 검은 조각의 표면에 있다. 아주 얕게 새겨져 있어 비스듬히 빛에 대야 보인다. 오래 먼지를 뒤집어쓴 청동 걸쇠 하나에도 뒷면에 있다. 걸쇠 면은 이미 닳아 반들거리는데 그 글자만은 닳지 않았다. 왕릉 장랑의 세 번째 가문 빈자리의 돌 받침대, 그 한가운데에도 있다. 청동상 밑동에 수백 년 눌려 있다가 밑동을 들어내고서야 드러났다. 돌벽 감실에 감춰져 있던 은 인장 하나, 그 바닥에도 같은 것이 있다. 인장 자체에는 서명이 없다.

이 물건들은 서로 수십 년, 수백 리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서로 다른 장인의 손에서 서로 다른 재질로 서로 다른 쓰임을 위해 만들어졌다. 같은 글자가 그것들 위에 새겨져 있는데, 획이 흐르는 방향도 붓을 대고 거두는 각도도 깊고 얕은 비율도 완전히 같다.

그것을 본 사람은 말한다. 이 글자는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데 아무리 해도 알아볼 수가 없다고. 그것은 살아 있는 어떤 언어의 음으로도 읽히지 않는다. 그레이펜 가문 사람이 제문 사본과 맞춰 보려고 사흘을 대조했으나 맞는 것을 찾지 못했다.

대조하는 방법은 그레이펜 가문의 오래된 방식이다. 글자를 획으로 쪼개어 한 획씩 제문에 나온 적이 있는 부수와 맞춰 본다. 이 글자는 넷째 획에서 멈췄다 — 넷째 획을 시작하는 각도가 현존하는 제문 사본에서는 두 번째 예를 찾을 수 없다. 대조를 맡은 사람은 책자에 '없음'이라고만 적었고 날짜 칸은 비워 두었다.

그것은 그저 되풀이해 나타난다. 무언가가 같은 표식 하나로, 아직 입 밖에 내어지지 않은 어떤 일을 표시해 두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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