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된 세계
종말이 반드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일은 아니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는데 몇몇 세부만 기억과 다를 수도 있다.
종말이 반드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일은 아니다. 어느 날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는데 몇몇 세부만 기억과 조금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신 말고는 아무도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지 않는다.
이 세계가 또 다른 버전에 한 조각씩 덮이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 덮이는 범위는 과거 쪽으로 파고든다. 사진도, 기록도, 다른 사람의 기억도 함께 바뀌어서 '원래 이랬다'처럼 보이는 데까지 간다.
이 일에는 전경이 없다. 한 칸 한 칸의 표본만 있다. 새벽에 올라온 목격 게시물 한 무더기가 6시간 안에 계정째로 사라져 17건 중 4건만 남았다. 웹 아카이브에 남은 스냅샷은 두 장뿐이고 마지막 수집은 한 달 전에 멈춰 있으며, 오늘 새벽의 그 게시물은 스냅샷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41장이 걸려 있던 벽은 3주 뒤 39장이 되었다. 못은 그대로 있고, 벽면에는 액자가 눌린 자국이 없다.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인다'는 점이 이 일에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편의점 점원은 창밖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시선이 먼저 그 방향으로 움직였다가 2초쯤 멈추고, 그런 다음 고개를 돌려 "없었는데요"라고 한다. 말투는 조금 전 재고 보충 진행 상황을 말할 때와 똑같다. 입주자대표회의의 주민 명부에는 골목 끝에서 사흘 밤을 앉아 있던 그 노부인이 없다. 직원은 명부를 다 넘겨 보고 나서 이 길에는 28년 동안 60세 이상 여성이 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기록은 하나같이 깨끗하고, 빠짐없고, 서로 아귀가 맞는다.
설명은 제각각이다. 공식 보도자료는 그것을 대기와 전자기 탓으로 돌린다. 야간 기사, 환경미화원, 심야 편의점 점원 같은 '새벽족'은 비공개 커뮤니티에서 '그 시간'이라는 말로 대신 부르고, 서로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집단적 피로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도 더 하지 않고 전화를 끊는 사람도 있다.
속도는 그래도 추산이 된다. 그 벽이 3주에 두 장씩 줄어드는 속도로 밀어 보면, 한 사람이 모든 인화지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데 대략 61.5주, 1년 3개월이 걸린다. 다만 이 속도가 선형인지 점점 빨라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남는 질문은 하나다. 대체가 끝나는 날, 원래 버전을 기억하는 사람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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