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
이 세계 에너지 체계의 핵. 고과학기술 규격의 원석 한 알이면 도시 하나의 반년치 에너지를 댈 수 있다. 주산지는 최남단의 동토 대륙 — 그리고 그곳은 10년 동안 탐사대를 하나도 남김없이 삼켰다.
원석은 계원 세계 에너지 체계 전체의 핵이다. 예로부터 도시의 운영, 발전, 교통, 의료가 거의 다 그 위에 세워져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놀랍다. 고과학기술 규격의 원석 한 알이면 고과학기술 도시 하나의 반년치 에너지 수요를 댈 수 있다. 완성품은 푸르스름한 흰빛이고 표면에 아주 옅은 빛의 층이 떠 있다. 민수용 규격의 원석이라면 그 빛은 죽어 있고 고르며 밝기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산트라니아 지하의 원석 발전소는 냉각탑이 밤새 붉은 등을 켜둔 채 그대로 도시 전체의 명맥이 된다.
원석은 주로 세계 최남단의 동토 대륙에서 난다. 그곳은 극한이고 사람이 살 데가 못 되며, 각계 정부는 얼음 아래에 풍부한 원석 광맥이 묻혀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10년 동안 동토로 보낸 탐사대는 전부 실패했다. 빈손으로 돌아온 쪽이 그나마 운이 좋았고, 행방불명되어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한 알 한 알이 다 얌전한 것도 아니다. 개원 932년, 여명 대륙 관측국은 옛 사건 하나를 들여다봤다. 채집한 원석 일부가 산도라로 실려 오는 도중에 스스로 스펙트럼을 바꾸고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다가 끝내 검어지고 부서졌다. 맡은 조사원은 30쪽짜리 보고서를 썼고, 명확한 물리 기제는 찾지 못했으며 다만 이화 정도가 어떤 좌표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것만 밝혀냈다고 결론지었다. 그 좌표가 S-17-R이었다. 보고서가 올라간 뒤 아무도 캐묻지 않았고 아무도 다시 조사하지 않았다.
개원 1010년, 나라 전체가 전례 없는 원석 부족에 빠졌다. 재고가 바닥나고 배급이 조여졌으며, 전 시 전력 소비의 육 할을 차지하는 그 운송 회사조차 이사회에서 에너지를 절반으로 깎자고 다투고 있었다. 도시 아래의 시장은 곧바로 다른 장사를 파냈다. 균열에서 건져 올린 결정이다. 손바닥만 하고, 단면은 설탕을 억지로 쪼갠 것 같으며, 푸른빛이 도는 흰빛이 물결처럼 떨리고, 오래 가지도 안정되지도 않는다. 그래도 전기가 끊길 판인 도시 밑바닥에서는 그것이 발전을 한다. 나머지는 다 이야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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