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계층
인스턴스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권한이 정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아래 두 층은 관측자와 발동자다.
균열과 인스턴스 안에서 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그의 권한 계층이 정한다. 계층이 높을수록 세계가 그의 말을 더 잘 듣는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아래 두 층은 관측자와 발동자다. 관측자는 보는 것밖에 못 한다. 자료는 읽어도 규칙은 움직이지 못하고, 스펙트라에 올라간 제 등록 명칭조차 시스템에 NULL로 덮어쓰일 수 있다. 발동자는 이미 있는 규칙을 발동시키고 이미 존재하는 매개변수를 조정할 수 있지만 새것을 쓰지는 못한다. 데이터베이스에 빗대면 칸을 새로 만들지는 못해도 저장된 프로시저는 실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써보면 대략 이렇다. 인스턴스 한 층의 시스템 클럭 주기를 2.4초에서 1.6초로 되돌리기, 가능하다. 아무것도 없는 데서 새 규칙을 만들어내기, 안 된다.
승급도 개인이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스턴스에는 _AccessPromotion.lks라는 모듈이 하나 있어 이 일만 맡는데, 스스로 판정하고 스스로 실행하며, 승급되는 쪽은 미리 통지를 받지 못한다.
그 선을 넘으면 감각까지 한 벌 바뀐다. 관측자에서 발동자로 올라선 그 순간, 인스턴스 한 층의 구조가 갑자기 펼쳐진다. 모든 물체의 좌표, 렌더링 우선순위, 클럭 표류의 보정 계수, 도층 사이의 관계가 한 번에 읽히고, 제 심박이 분당 몇인지까지 그 판독값에서 건져낼 수 있다. 이 길에는 반대 방향의 갈래도 있어서, 인스턴스 안쪽으로 읽어 들어가며 권한을 낮춰 읽기 전용이 된다. 지령은 내리지 못하지만 자료 하나하나의 서명은 보인다.
제한은 권한의 정의 자체에 적혀 있다. 자기보다 권한이 높은 대상에 대한 지령은 일률적으로 무효다. 언젠가 렌더링 우선순위가 MAX로 표시된 대상에 local_gravity_vector를 건 사람이 있었는데, 시스템이 되돌려준 것은 '권한 부족 · 충돌 대상 렌더링 우선순위 MAX'였다. 첫 번째 층 인스턴스 안에서만도 발동자 위에 눌러앉은 것이 적어도 3가지다. 85년을 가로지른 그 서명, 층의 연산력을 통째로 먹고 있는 주 대상, 그리고 우선해서 렌더링되던 그 접촉 대상.
관측자 위, 발동자 위에 몇 층이 더 있는가? 아무도 잘라 말하지 못한다. 다만 어떤 대상은 권한이 높아 발동자의 지령조차 곧바로 거절당한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것조차, 대개는 아직 가장 위의 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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