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본래 있어야 하는데 사라져 버린' 자리. 관제 명명: 균열.
균열은 '본래 있어야 하는데 사라져 버린' 자리다. 시스템 세계관에서 삭제된 한 토막.
처음 찾아낸 균열은 동토 북경, 신호 표지점 S-17-R 중심에서 12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범위는 대략 탁구대 하나만 하다. 그 범위로 흘러든 눈송이는 그 공기층에 닿는 순간 사라진다. 녹지도 않고 날려가지도 않는다. 지표 자체도 거기 없다. 빙원에 있어야 할 결, 별빛의 반사, 바람이 긁어낸 줄무늬, 그 한 자락만 통째로 없고, 윤곽은 자로 그은 것처럼 곧아서 멀리서 보면 검게 칠한 종잇조각을 얼음에 붙여둔 것 같다. 기기는 그것을 읽지 못하고, 손을 뻗었을 때의 촉감까지 빼앗긴다.
그 옆의 빙원은 천천히 중심을 향해 내려앉고 있다. 지리 좌표 표류율은 초당 0.001미터. 지형 전체가 그 공백 쪽으로 밀리고 있는데 육안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 느리다. 다만 근처에 세워둔 비행체는 중력 평형을 끊임없이 다시 계산한다. CV-1A의 자기부상 보정 임계값은 0.4초로 설정되어 있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넘어섰다.
경계 자체도 측정을 거부한다. 시험용 공을 하나 던져 넣으면 공은 사라지고 판독값은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기기를 겨눠 채취하면 되돌아오는 칸은 일률적으로 비어 있다. 이런 상황에 시스템이 붙이는 표시는 네 글자다. 측정을 거부함.
공식적으로 이 좌표는 '무자료 구역'으로 표시되어 80년, 6개월마다 주사되었고, 되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회색 화소 한 덩어리였다. 85년 전 타임스탬프를 찍은 신호가 사람을 끌어들이고 나서야 스펙트라는 개원 1010년 1월 1일 11:01:04에 그것을 위한 새 사건 분류를 생성했고, 비고에는 이렇게 적었다. '시스템이 "현실과 양립할 수 없음"이라는 관측 결과에 근거해 자동 생성함'. 아무도 입력하지 않았고 아무도 승인하지 않았다. 그 말이 균열이었다.
관측자의 기록에는 머리도 꼬리도 없는 한마디가 남아 있다.
공간에 뚫린 구멍이라는 말은 거둔다. 그것은 입구다, 세계 밑바닥의 덮어쓰인 그 토막으로 통하는.
이 한마디를 쓴 사람은, 훗날 자기가 어디서 썼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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