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스 · Rift Memory

균열에 발을 들인 사람은 죽지 않는다. 다른 좌표계로 '다운로드'된다 — 다른 규칙으로 도는 공간으로.

마지막 업데이트: 2026.06.20

균열에 발을 들인 사람은 죽지 않는다. 이 일에 대한 시스템의 용어는 '다운로드 시퀀스'다. 사람을 본래의 물리층에서 다른 좌표계로 옮기는 것, 현실처럼 생겼으되 다른 규칙으로 도는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관측자는 그것을 인스턴스라고 부른다.

들어간 뒤에도 뇌정 인터페이스는 평소대로 촉감을 신경에 보내지만, 칸에는 Tactile feedback: simulated라고 표시되어 있다. 기록된 첫 인스턴스는 동토 동굴의 거울상이었고, 침입자가 그 안에서 깨어났을 때 인터페이스가 준 것은 3줄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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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L.K.S._Core

인스턴스는 침입자에게 '오류를 되돌려준다'. 그리고 그 오류 메시지 자체가 이 공간의 설명서다. 층 전체의 모든 신호 — 발밑 빙정의 반짝임, 벽면을 흐르는 빛, 인터페이스의 재묘사 — 는 전부 같은 시스템 클럭에 걸려 있고 주기는 1.6초다. 다시 말해 층 전체가 같은 process로 돌고 있어서, 어느 한 곳이 어긋나면 층째로 주저앉는다. 연산력이 모자랄 때 인스턴스는 어떤 곳의 묘사를 그냥 포기한다. 벽면에 30센티미터 남짓한 네모가 비고, 새까만 바탕과 한 칸 1센티미터의 회색 격자가 드러난다.

고분고분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침입자가 내린 지령은 실행되고, 실행이 끝나면 자연스레 표류하기 시작한다. 5초마다 0.05초씩 밀려, 지령을 다시 걸지 않으면 천천히 본래대로 미끄러져 돌아간다. 층의 연산력에도 우선순위가 있어서, 연산이 빠듯할 때 인스턴스는 제가 지키려는 것을 먼저 지키고 침입자 발밑의 한 자락은 그리지 않은 채 남겨둔다.

인스턴스 깊은 곳에는 진행 숫자도 한 벌 걸려 있다. 0.04%에서 출발해 한 칸씩 기어오른다. 시간을 따라 가지 않고 침입자가 한 일만 따라 간다. 어떤 물건을 있어야 할 자리에 놓으면 숫자가 한 마디 뛰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숫자는 거기 멈춰 있다. 어떤 문턱은 아예 침입자가 '스스로' 어떤 범위에 들어가야만 더 나아가도록 못 박아 두었다.

인스턴스 안의 물체는 모두 표식과 상태를 달고 있다. DEAD, ??? 같은 것들이다. 시스템은 표식은 알아보면서도 내용 읽기는 곧잘 거부한다.

오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그 안에서 남들이 못 찾는 틈을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본래 자기가 찾아서는 안 되었던 것도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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