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향 사건 #001
시스템이 스스로 '균열'이라는 말을 처음 뱉은 그 순간. 지점은 S-17-R, 시각은 개원 1010년 설날 오전.
스펙트라는 균열 관련 사건을 하나의 분류로 묶어 명향 사건이라 부른다. 그 첫 번째가 시스템 자신이 처음으로 '균열'이라는 말을 뱉은 그 순간이다.
시각은 개원 1010년 1월 1일 11:01:04, 지점은 동토 북경의 신호 표지점 S-17-R. 그 1초에 중앙 스펙트라 관제센터 360개 관측소의 화면이 동시에 붉게 뒤집히며 Code Black이 튀어나왔다. 스펙트라의 경보 등급은 초록에서 빨강까지 12급뿐이고 Code Black은 그 12급 안에 없다. '기존 분류로는 서술할 수 없는' 사건을 위해 남겨둔 열세 번째 급이고, 설계된 이래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관측원은 훈련받을 때 교관에게서 한마디만 듣는다. 자네는 아마 보지 못할 걸세.
도시는 같은 1초에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하 7개 자기부상 노선이 전부 안전 정차 모드로 들어가 객차는 터널 안에 멈춘 채 실내등을 켜두었고, 방송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로 바뀌었다. 상공의 모든 상용 비공정은 항로가 가장 가까운 비상 격납고로 급강하하도록 바뀌었다. 이 지령을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콘솔이 전 망에 보낸 통보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 망 Code Black]
[사건 부호: VoidSignal_0]
[분류 확인: 균열]
[관측점: 동토 북경 신호 표지점 S-17-R]
[현장 관측자 등록 명칭: NULL]
[지시: 관찰 유지 · 해당 관측자와 접촉을 시도하지 말 것]동토는 조약 금지 구역이고 들어갈 합법 항로가 없어, 시스템상 살아 있는 등록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현장에는 사람이 있었고, 시스템은 그가 누구인지 몰랐다. 그 칸에 채워 넣을 수 있었던 것은 NULL뿐이었다.
그 사람은 그 빈 땅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이 닿는 순간 몸 전체가 가라앉아 다른 좌표계로 다운로드되었고, 모든 기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지상의 관측원 눈에는 판독값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보였다. 잔해도 없고, 신호도 없고, 마지막 좌표 한 칸조차 남지 않았다.
사후 보관 기록은 이 일련의 흐름을 명향 사건이라 이름 붙이고 번호를 #001부터 매기며 뒤쪽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날 당직 기록의 7-B 칸에는 커피 얼룩이 한 바퀴 아직 남아 있다. 관측원이 팔꿈치로 넘어뜨린 것이다. 그는 이 일을 4년 했고, 그전까지 넘어뜨린 것은 2번뿐이었다.
그날 밤 이후 스펙트라의 어휘고에는 스스로도 정의하지 못하는 항목이 하나 늘었다. 아무도 몰랐다. 이것은 첫 번째 소리일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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