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탑
학원 한가운데에 선,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흰 탑. 탑에는 종이 있고, 종소리는 학원의 '바닥'에서 올라온다. 입학하던 그날 밤, 종은 5번 울렸다——5개 분원의 등록 완료에 대응한다.
학원 한가운데에 선 높은 탑. 희지만 대리석 같지는 않고, 빛을 되쏘는 어떤 재질처럼 보인다. 높이는 가늠할 수 없다——10층일 수도, 20층일 수도, 그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탑 꼭대기는 낮게 깔린 구름에 잠겨 있다. 신입생은 그것을 처음 본 순간, 대개 누구의 설명도 필요 없이 이 탑의 이름이 '백탑'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분원 높은 곳의 정자까지 올라가 다시 올려다봐도 탑 꼭대기는 여전히 위에 있다. 그때 구름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운데, 실은 아직 아주 멀다.
백탑에는 종이 하나 있다. 종소리는 지극히 낮고 지극히 길어서, 학원의 '바닥'에서 올라오는 것처럼 들린다. 귀가 먼저 받고, 다음이 가슴이고, 다음이 발바닥이 딛고 있는 널판이다. 층층이 따라 떨린다. 종소리를 들은 사람은 제 갈비뼈가 까닭 없이 어떤 방향에 '맞춰' 서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떨림은 종소리 자체보다 깊고, 흩어지는 것도 느리다.
입학하던 그날 밤, 종은 5번 울렸다——5개 분원의 신입생 등록이 끝났다는 데 대응한다. 그 기수의 신입생도 마침 5명이었다.
종이 그친 뒤, 동방 분원 안뜰 동쪽 벽 모퉁이의 작은 나무 시렁 위, 주먹 반만 한 청동 방울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창은 닫혀 있었고 안뜰에 바람도 없는데, 방울의 몸이 떨렸다. 주기는 지극히 낮았다. 둥—둥—둥—둥—둥, 잠깐 멈췄다가 다시 한 바퀴, 종의 박자와 똑같았다. 상급생은 말했다. 멎을 거야, 다섯 번째 신입생이 중앙 정원에 앉으면 멎는다.
분원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탑은 느껴진다. 좁은 나무 사다리를 5층 높이쯤 오르면 숨이 차기 시작하는데, 체력과는 상관이 없다. 동방 분원의 말로는, 높이 오를수록 백탑의 '핵'에 가까워지고 공기가 옅어진다. 호흡에 지장은 없지만, 몸이 먼저 기억한다. 밤에는 탑의 윤곽에 지극히 옅은 흰빛이 어리고, 꼭대기의 구름은 낮보다 낮게 내려와, 비가 올 듯하면서 오지 않는다. 중앙 정원의 화로가 꺼지고 나면 석판 전체에는 스스로 비쳐 내는 그 옅은 빛만 남는다. 길이 보일 만큼이지 세부까지 보일 만큼은 아니다. 백탑은 여전히 한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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