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사
종문이 거두지 않고 사승이 지켜 주지도 않는 수사. 방시 밑바닥에서 단포 잡일을 하고 잔권을 베껴 홀로 익히다, 한 번 주화하면 그대로 일어나지 못한다.
종문이 거두지 않고 사승이 지켜 주지도 않는 수사를 통틀어 산수사라 한다. 이들은 방시 밑바닥에서 먹고산다. 단포에서 잡일을 하고, 광갱에 내려가 영물 재료를 캐고, 잔권을 베껴 토납을 홀로 익히며,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영석에 기대어 위로 기어오른다.
내력은 저마다 다르다. 본래 사승이 있었으나 문파가 흩어져 여기까지 굴러떨어진 자가 있고, 어려서부터 괴물 취급을 받아 쫓겨나 방시까지 빌어먹으며 온 자가 있으며, 아예 이 거리에서 나고 자라 종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들어 본 적 없는 자도 있다. 같은 것은 하나뿐이다. 뒤에서 받쳐 줄 사람이 없다는 것.
청기 방시의 명부에 오른 산수사는 약 800명이고, 등록하지 않은 채 암시에서 먹고사는 자가 200명 안팎 더 있다. 응기 1층에서 3층까지가 7할, 곧 700명 남짓이다. 그 위로는 층마다 절벽처럼 인원이 떨어진다. 9할은 방시에 공공연히 도는 《소주천 토납결》을 익히고, 남은 1할은 출처를 알 수 없는 갖가지 잔권 필사본을 익힌다.
한 달 셈은 하기 쉽다. 영석 1개면 동전 100닢이다. 서가 광갱 정식 인부의 월삯이 동전 80닢이고, 단포 약동은 그보다 적다. 가장 싼 셋방 월세가 동전 15닢. 응기산은 한 알에 동전 3닢, 10알 한 첩이 동전 8닢이다. 아껴 먹어도 단약 값만으로 반달 치 품삯 가까이가 날아간다. 남는 그 얼마간이 위로 오를 밑천이다.
산수사가 익히는 공법은 대개 방시에 도는 싸구려 판본이고, 단약도 단포에서 팔다 남은 하품이다. 빠른 자도 3년 5년씩 응기에 발이 묶이고, 더딘 자는 한 번 주화하면 그대로 일어나지 못한다. 주화한 뒤 가장 하품인 보맥약이 한 첩에 영석 10개다. 이 숫자를 내놓을 수 있는 산수사는 방시에 몇 없다.
사는 모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낮에는 남의 일을 해 주고, 밤에는 그 셋방으로 돌아가 창을 걸어 잠그고 젖은 천으로 창틈을 틀어막고 콩알만 한 등잔 하나만 남긴다. 밤에 토납하다 빛이 새어 나가면 규정비를 걷는 자들이 올지 다른 무엇이 올지 알 수 없다. 모은 동전은 몇 군데로 나누어 감춘다. 한 몫은 침상 널 밑에, 한 몫은 몸에 지닌다. 돈이 늘면 지켜보는 눈도 늘어난다.
방시를 오래 보다 보면 산수사를 알아보는 데 굳이 물을 것도 없다. 서가에서 약재를 지는 자는 소맷부리가 바깥쪽으로 닳고, 남시 사람들은 옆면이 닳는다. 허리에 찬 좁은 구리 단추의 모양도 거리마다 다르다. 누가 어느 거리에서 빌어먹는지는 옷이 먼저 말해 준다.
방시에는 더 험한 말도 있다. 산수사는 사람으로 치지 않고 '영석을 몇 개나 더 짜낼 수 있는 물건'으로 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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