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지 않은 원
한 군데 입이 벌어진 고리 하나. 공공 화면 구석에 떠 있을 때도 있고, 유리 반사 속에 숨어 있을 때도 있다. 한 번 눈을 깜박이면 사라지고, 어떤 기록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닫히지 않은 원 하나.
처음 나타난 것은 공공 감시 표시벽 위에서였다. 그 화면은 4층 높이로 유리 커튼월 건물 한 채의 외벽을 통째로 덮고 있고, 신도성의 큰길마다 한 장씩 있어 거리 전체를 향해 반복해서 튼다. 그때 벽에는 이달의 공공안전 안내 영상이 나오고 있었고, 영상 오른쪽 아래에 아주 작은 표시가 하나 있었다. 평소라면 아무도 그쪽을 보지 않을 만큼 작았다. 한 번 눈을 깜박이자 그것은 사라졌다. 되돌아가 원본 영상, 학생 접근 채널, 학교 예비 채널, 신도성 공공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도 없었다. 그것은 어떤 기록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짚어 둘 만한 것은 이 도시에 있는 또 다른 종류의 고리의 수다. 옅은 파랑, 닫혀 있고, 두 팔을 벌린 사람 형상 위에 박혀 있다 — 건강소 외벽, 제2고등학교 교표, 편의점 유리문, 지하도 아치 천장, 제2가 공원 광장의 그 금속 조형물, 버스 터미널 3번 승강장 바닥, 전부 그것이다. 수십 번을 지나가도 알아채지 못한다. 전부 제대로 닫혀 있기 때문이다.
천궁은 그 차이를 구별해 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아는 듯하다. 어느 상급 시각 보정에서, 표본 540장이 380번째까지 흘렀을 때 벽 전체가 갑자기 새까매지더니 가운데에 닫힌 고리 하나가 떠올라 정지한 채 3초를 머물렀고, 그런 다음 표본은 381번째부터 이어졌다. 나중에 고문이 내놓은 판독치는 이랬다. 동공 추적에 따르면 이 사람은 '닫힌 고리' 유형의 도안에서 뚜렷한 인식 지연을 보이며, 뇌파 기저선은 표준 표본 밖에 있던 그 구간 동안 뚜렷한 변동을 보인다.
그 결손을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형용하지 못한다. 무언가를 지우고서 깨끗이 지워지지 않아 남은 마지막 한 줄기 자국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공책에 그것을 그려 보려 한 사람이 있었는데, 샤프펜슬의 선은 두 번째 획에서 끊겼다 — 그 결손을 얼마나 넓게 벌려야 하는지, 그리는 본인도 확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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