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어쓰인 안내
전시품 위의 LED 안내 라이트박스에서 한자가 한 글자씩 고대 이집트 신성문자로 바뀐다—그리고 그것들이 조합된 방식은 알려진 어떤 제례 문서 판본에도 없다.
전시품 위의 LED 안내 라이트박스에는 원래 특별전 제목이 적혀 있었다. "투탕카멘의 또 다른 얼굴: 제19왕조 제례 문서 속 '은명' 의식".
이 라이트박스의 글꼴은 잠겨 있다. 내용을 바꾸려면 낮에 관리자 화면으로 들어가 두 개의 권한이 동시에 승인해야 한다. 다 바꾸고 나면 인쇄팀이 벽면 라벨도 한 번 같이 교체해야 한다. 새 라벨을 붙이고, 정렬하고, 옛 라벨을 보관한다. 지난번에는 오자 하나 때문에 라벨을 바꾸는 데 절차 전체가 8일 걸렸다.
21:47, 그것이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첫 글자부터 한 자씩 덮어쓰이기 시작했다.
맨 먼저 바뀐 것은 '투' 자였다. 신성문자의 '문' 자에 해당하는 기호로 바뀌었고, 30도 돌아가 있었다. 다음은 '탕'이었다. '바깥'으로 바뀌었다. 뒤의 몇 글자가 하나씩 이어서 바뀌었고, 제목 전체는 1분 안에 거의 소리 내어 읽을 수 있는 고대 이집트어 한 줄이 되었다.
덮어쓰기는 글자를 건너뛰지 않았고, 어느 자리도 되돌아가 고치지 않았다. 왼쪽 첫 글자에서 마지막 글자까지 한 번에 밀고 나갔다. 도중에 깜빡임도, 다시 그리는 일도 없었다. LED는 내용을 바꿀 때 반 초쯤 검게 죽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켜져 있었다.
중간까지 읽었을 때 문장 안에 글자 하나가 끼어들었다. 그 글자는 신성문자에도, 신관문자에도, 민중문자에도 속하지 않는다. 원처럼 생겼고, 선이 세 번째 점과 네 번째 점 사이에서 끊겨 있다.
덮어쓰기에 쓰인 구성 요소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하나하나 도판에서 대응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조합 방식이다—그런 배열은 알려진 어떤 제례 문서 판본에도 없고, 헬레니즘 시대 재필본에도 없다.
안내 라이트박스가 스스로 고대 이집트어를 쓸 리는 없다. 그렇게 쓰게 만든 것은 그것이 '소개'하고 있던 전시품이다. 문자가 덮어쓰이는 일은, 더 깊은 무언가가 깨어날 때 가장 먼저 새어 나오는 신호인 경우가 많다.
22:04, 라이트박스는 한자 제목으로 되돌아갔다. 다음 날 관리자 기록을 열람했지만 그 시간대에는 승인 조작이 한 건도 없었고, 로그인 기록은 비어 있었다. 벽 라벨의 접착 가장자리는 멀쩡했다. 뜯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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