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고리
한 군데가 터진 원. 그 틈은 세 시와 네 시 사이에 떨어진다. 어느 문명의 기호 체계에도 그것은 없다. 노련한 자들의 규칙—그것이 스스로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보거든 즉시 떠나라.
그날 밤 깨진 고리는 두 번 나타났다. 한 번은 덮어쓰인 안내 라이트박스의 중간, 신성문자들 사이에 끼어서. 또 한 번은 석관 뚜껑 위에 떠올라서.
그것은 한 군데가 터진 원이다—그 틈은 시계판의 세 시와 네 시 사이에 떨어지고, 위치도 기울기도 고정되어 있으며, 선은 보통 손으로 쓴 획보다 굵다. 알려진 어떤 문명의 기호 체계에도 그것은 없다. 신성문자 도판에도 없고, 쐐기문자 자표에도 없고, 청동기 명문 색인에도 없다.
손 가는 대로 그려낼 수 있는 형태도 아니다. 누군가 하루를 통째로 들여 대조해 본 적이 있다. 펜을 바꿔 보면 종이 위의 그 고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틈을 12시 방향으로 옮기면 움직이지 않는다. 완전한 원으로 그리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체로 원이 들어 있는 숫자 8을 고쳐 써도 역시 움직이지 않는다. 네 조건이 전부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그것은 움직이기 시작한다—반시계 방향으로, 제 틈을 축 삼아 돈다. 한 걸음은 대략 원주의 1/24이다. 느릴 때는 35분에 1/24을 가고, 빠를 때는 16분에 같은 거리를 간다. 누적이 24/24에 이르면 출발점으로 돌아와 멈춘다. 한 가지 일이 끝난 것처럼.
덮어버린 고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완커우 강둑에는 3미터 길이의 낮은 콘크리트 담이 한 구간 있다. 앞뒤 구간은 모두 원래의 회색인데, 이 구간만 따로 흰 페인트가 한 겹 칠해져 있다. 이음매 마무리가 고르지 않아 경계를 넘어간 흰 얼룩이 몇 점 남아 있다. 바닥에 가까운 그 직각 부분을 손톱으로 긁어내면, 흰 부스러기 아래에서 2센티미터쯤 되는 짙은 색 호선이 드러난다. 곡률도 굵기도 들어맞는다.
이 바닥에서 이 기호는 가장 봐서는 안 되는 것 가운데 하나다. 노련한 사람들은 규칙 하나를 일러 준다. 이 깨진 고리가 스스로 돌기 시작하는 것을 보거든, 연구하지 말고 즉시 떠나라.
그것이 왜 제19왕조 석관 뚜껑 위에 나타났는가에 대해서는—아무도 말을 끝까지 하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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