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환 왕관
왕도 중앙 높은 탑 꼭대기에 박힌 왕관, 왕조의 상징. 그러나 왕도에는 드러내 놓지 못할 말이 돈다 — 그것을 쓴 자는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하는 듯하다고. 그것은 무겁다.
왕도 중앙 높은 탑 꼭대기에 적환 왕관 하나가 박혀 있다. 그것은 왕조의 상징이다 — 왕좌, 대관, 칠대 가문이 겉으로는 모두 굴복해야 하는 그 중심이, 전부 그것에 매여 있다.
평소에 그것은 사람의 머리에 얹히지 않는다. 현임 왕이 일상에 쓰는 것은 '행정 부관'이고, 적환 왕관은 탑 꼭대기에 걸려 왕관의 정식 의전 때에만 내려진다. 책에는 그 무게가 적혀 있지 않고, 그것을 들어 본 사람도 밖에 말하지 않는다.
회관성 바깥 산등성이에서 바라보면 거리는 3리쯤이라 사람의 눈으로는 세부가 보일 리 없는데도, 그 금속 표면에는 늘 아주 옅은 반사광이 있다. 동지월은 구름층이 두꺼워 저녁이면 직사광은 진작 사라지고 하늘에는 산란된 빛만 남는데, 그 빛은 흔들림 없이 그대로 있다. 깜박이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금속 안쪽에서 바깥으로 배어 나오는 것처럼. 성에 들어서면, 어느 길목에서든 시선이 탑 꼭대기까지 통하기만 하면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다. 5층짜리 건물 하나에 가리면 그것은 통째로 사라진다.
이 왕관을 두고 왕도에는 드러내 놓지 못할 말이 몇 가지 돈다. 이를테면, 그것을 쓴 자는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하는 듯하다는 것. 이를테면, 흑탑 학원의 학원 문장에서 일곱 고리 가운데 맨 위 하나가 비어 있고, 그 빈 한 고리가 바로 왕관의 자리에 대응한다는 것. 예관은 이런 말을 받지 않는다. 그들의 말은, 일곱 고리가 함께 서고 왕도가 깃드는 바이니, 관이 탑 꼭대기에 있다는 것은 일곱 가문이 아직 제자리에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관도를 달리는 상단이 저희끼리 하는 판본은 훨씬 거칠다 — 저것이 위에 걸린 것은 무언가를 누르고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내리는 자는 누구든 화를 입는다는 것이다. 마을 어귀 백탑 교회의 작은 신감 앞에는 반쯤 탄 향이 꽂혀 있는데, 왕관을 물으면 향을 놓는 이는 고개만 젓는다.
그것은 무겁다. 들어 본 사람은 한마디만 했다 — 보이는 것보다 무겁다고. 칠대 가문이 다투는 것은 그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말을 분명히 하려 들지 않는다 — 그들이 다투는 것은 대체 하나의 왕위인가, 아니면 누구도 열어서는 안 될 뚜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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