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 나는 그 고리가 보인다, 그런데 말만 꺼내면 다들 잊어버린다
익명 투고. "나는 그 고리가 보인다. 사거리 상공에 떠 있고 한 귀퉁이가 조금 빠져 있다. 그런데 누구에게든 말만 꺼내면 다들 듣자마자 잊어버린다—내가 적어 둔 글자조차 다음 날이면 흐려진다."
(본 글은 독자의 익명 투고이며,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글이 남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비슷한 것을 여러 번 썼다. 휴대폰에 저장하고, 노트에 적어 두고, 며칠 뒤에 다시 보면 글자는 그대로인데 '요점'이 사라져 있다—무언가가 가장 중요한 몇 글자만 슬그머니 흐려 놓은 것처럼.
내가 말하려는 것은 고리 하나다.
그것은 반공중에 떠 있다. 사거리 위에, 사당 지붕 위에, 건물과 건물 사이에. 원 하나인데 한 귀퉁이가 조금 빠져 어느 지점에서 끊겨 있다. 아주 가는 칼에 베인 것처럼. 빛나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냥 거기 있다. 고개를 들면 보인다.
문제는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가리켜 보였다. 그는 내 손끝을 따라 눈을 돌리더니 "저기 아무것도 없는데"라고 했다.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는 깨끗한 하늘만 있었다. 카메라를 바꾸고 모드를 바꿔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맨눈으로 보면—그것은 내내 거기 있다.
그다음에는 다른 방법으로 바꿨다. 영상은 3 분을 찍었다. 재생하니 그 부분의 하늘만 누가 닦아 낸 듯 깨끗했다. 녹음은 더 이상하다. 앞부분은 내 목소리로 '사거리 위에 하나'까지 말하고, 이어서 11 초의 환경음이 나오고, 그다음 내 목소리가 "됐어"라고 말한다. 됐어라고 말한 기억이 없다.
같은 반 친구에게 부탁해 함께 본 적도 있다. 방향을 맞춰 가리키고 셋을 세어 둘이 같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한참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방금 무슨 얘기였느냐고 물었다. 다시 말해 주자 또 고개를 들었고, 또 같은 것을 물었다. 세 번째에는 더 말하지 않았다.
방향을 바꿔, 내가 부르고 그에게 받아 적게 했다. 그는 중간에 붓을 멈추고, 펜촉을 종이에 댄 채 고개를 들어 물었다. "어디까지 말했지?" 그 종이는 가지고 있다. 적힌 것은 이것뿐이다.
사거리 위, 대략 3 층 높이에, 하나
그 뒤는 백지다. 글씨는 반듯한데 마지막 한 획만 길게 끌려 있다. 손이 거기서 멈춘 채 거두지 못한 것처럼.
한동안은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누가 막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지만 않으면 하루하루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진다. 두 주 동안 고개를 들지 않아 보려 했다. 걸을 때는 바닥 타일만 봤다. 9 일을 버텼다. 열흘째 되는 날 빨간불을 기다리다가 결국 고개를 들었고, 그것은 건너편 건물 옥상에 있었다. 나중에 지도로 그 거리를 재 보니 80 미터쯤이었다. 내가 자리를 옮기면 그것도 옮긴다. 그 숫자는 별로 변하지 않는다.
더 이상한 것은, 이 일을 남에게 '진지하게' 말하려 할 때마다 말이 반쯤 나갔을 무렵 상대의 표정이 한순간 비어 버리고, 그다음에는 못 들은 사람처럼 화제를 돌린다는 점이다. 그들이 나를 안 믿는 것은 아니다. 그 한마디만이 아예 귀에 들어가지 않은 듯하다.
나중에 할머니의 유품 속에서 오래된 청동 거울 하나를 찾았다. 거울 뒷면에는 무늬가 새겨져 있다—원 하나, 한 귀퉁이가 빠졌고, 끊긴 자리가 내가 날마다 보는 그것과 똑같다.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한마디를 남겼다.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날마다 떠오른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러나 말하지도 마라.
이 글을 내놓으면서 증명하고 싶은 것은 없다. 다만 알고 싶을 뿐이다—당신에게도 그 한 귀퉁이가 빠진 원이 보이고, 게다가 말하려 할수록 더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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