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관측·2026.06.20

방시 초문|주화한 산수사가 남긴 반 쪽짜리 말: "네 자질이 나빠서가 아니다"

방시에 도는 베낀 종이 한 장. 주화한 산수사가 남긴 반 쪽짜리 말을 베낀 것이라고 한다. "네 자질이 나빠서가 아니다. 네 손에 있는 그 공법이 처음부터 한 덩이 파내어진 것이다."

(본 항목은 방시에 도는 베낀 종이를 옮긴 것이다. 내력은 알 수 없고 진위도 가리기 어렵다.)

청기 방시의 헌책 노점에서는 이따금 이런 종이가 끼어 나온다. 글씨는 아주 작고 빽빽하며 앞뒤 양면이 다 채워져 있고, 아래 절반은 찢겨 나가 단면이 거칠다. 베낀 사람 말로는, 원고는 주화한 뒤 한동안 정신이 돌아와 있던 산수사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종이에 적힌 말은 대략 이렇다 —

나는 그 토납결을 8년 익혔다. 응기에서 막혀 넘지 못했다. 내 자질이 나쁜 줄 알았다.

해 봤다. 뭐든 다 해 봤다.

처음 3년은 앉는 시간을 늘렸다. 아침저녁 반 시진씩으로는 모자라 3 시진까지 늘렸다. 무릎이 접히지 않을 때까지 늘렸다. 기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멈췄다.

그다음엔 단약을 바꿨다. 응기산을 하루 2 알 먹던 것을 4 알까지 늘렸고, 두 달째에는 밤마다 신물을 게웠다. 서가 노점의 사내가 너는 바탕이 얇으니 먼저 길러야 한다고 했다. 배원단 한 첩을 팔면서 영석 8 알을 받아 갔다. 나는 약재를 2개월 지고 나른 뒤에야 그 값을 맞췄다. 삼켰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음엔 사본을 바꿨다. 동전 두어 닢짜리를 6부 샀고, 남시 서점의 50 닢짜리 정서본도 이를 악물고 한 부 샀다. 글자는 가지런했고 종이도 빳빳했다. 7부를 바닥에 펼쳐 놓고 한 줄씩 맞춰 봤다. 3일을 맞춰 봤다.

그랬더니 어땠는 줄 아나.

똑같았다. 7부 모두, 빠진 데가 같은 자리였다.

나중에야 알았다. 내가 나쁜 게 아니었다. 이 공법이 처음부터 한 단락 빠져 있었던 것이다. 앞은 일으키는 법을 가르치고 뒤는 거두는 법을 가르치는데, 한가운데 가장 요긴한 그 한 마디가 없다.

적힌 대로 익히면 기가 절반쯤 가서 갈 길이 없어져 되돌아설 수밖에 없다. 되돌아서면 맥을 상하고, 되돌아서지 못하면 주화한다.

지금은 글씨를 쓰면 오른손이 떨린다. 왼쪽 갈비뼈 아래 그 자리에서는 밤낮으로 뭔가가 안쪽을 들이받는다. 성신단은 2 알 남았고 신발 안에 숨겨 뒀다. 한 번에 다 먹을 엄두는 나지 않는다.

오늘 아침에 어머니가 문간에 서 있는 것을 봤다. 어머니는 12년 전에 죽었다.

방시에서 이 공법을 파는 자들은 이런 걸 말해 주지 않는다. 그자들도 모를지 모른다.

그 배원단을 판 사내는 알고 있었다. 영석 8 알을 받아 갈 때, 그자는 나를 보지 않았다.

종이 끝에서 그 산수사는 뭔가를 더 쓰려다 다시 멈춘 듯하다. 반 마디만 남아 있다.

만법에는 본래 결이 있다. 다만 누군가가, 네 몫의 결을 대신 내 주었을 뿐이다 —

그 뒤는 없다. 들리는 말로는 그 산수사는 이튿날 실성했고, 며칠 뒤에 죽었다고 한다.

이 종이가 진짜인지는 아무도 단언하지 못한다. 다만 방시에는 경계에 막힌 채 맥까지 상한 산수사가 끊긴 적이 없다. 당신도 익히고 또 익히다가 기가 어느 한 자리에서 길이 끊긴다고 느낀다면 — 이 종이는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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