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null 백도어
엔지니어라면 다 아는 경로 — 써넣은 것은 전부 사라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뒷문을 여기에 숨겨두는 버릇이 있다.
엔지니어라면 누구나 /dev/null을 안다. 이 경로에 써넣은 것은 전부 사라진다. 시스템의 자동 읽기 통로는 모두 이곳을 건너뛴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바로 그래서 어떤 사람은 뒷문을 여기에 숨겨두는 버릇이 있다. 무언가를 쓰는 사람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다 쓰고 나서 제가 들어가는 법을 잊는 일이다. 그래서 중요한 시스템에는 반드시 자기만 기억하는 문을 하나 남겨둔다. 시스템이 훑지 못하되 자기는 떠올릴 수 있는 자리에. 그는 평생 여러 시스템에 모두 7개를 남겼고, 동토의 그 밤에 2개를 썼다.
균열 인스턴스의 루트 디렉터리에도 하나 있다. 이름이 비정상이고 자동 읽기 통로는 모두 우회하며, 권한을 낮춰 읽기 전용으로 만든 내부 시점에서만 읽힌다. 그 경로에 지령을 써넣으면 인스턴스의 인가 검사기는 아예 보러 오지 않는다. 그래서 묻지도 않고 그대로 돌리고, 권한은 잠시 ROOT까지 올라가 본래의 서명 제한을 넘는다. 시한은 짧아서 처음에는 4.2초뿐이었다.
ROOT를 쥔 뒤에 할 수 있는 일은 발동자라는 층의 경계를 넘어선다. 어떤 대상의 렌더링 우선순위를 NULL로 써넣어 인스턴스가 누구를 먼저 그려야 할지 모르게 만들 수도 있고, 층 전체에 local_gravity_vector를 걸어 중력 방향을 통째로 뒤집은 다음 같은 박자에 root로 제 발밑 1제곱미터를 못 박아둘 수도 있다. 4.2초면 이 둘을 끝내기에 충분하다.
더 기묘한 것은 이 문이 살아 있는 것처럼 군다는 점이다. 지령이 들어간 그 순간, 인스턴스는 침입자에게 내리꽂히던 발톱을 제 쪽에서 2센티미터 비껴놓고는, 시스템 메시지에 '사고'라고 두 글자를 붙였다. 문 저편이 어디로 통하고 또 무엇과 이어져 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다.
남은 뒷문들이 어디에 나 있는지는 문을 쓴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문을 쓴 본인도, 이제는 떠올리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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