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보완 | 한 귀퉁이가 빠진 그 원—왜 다섯 문명이 같은 기호를 그렸는가?
동방 청동거울 뒷면의 무늬, 서방의 연금술 사본, 중동의 천체반, 인도의 만다라, 아프리카의 가면—서로 무관한 다섯 고대 문명이 약속이나 한 듯 같은 기호를 그렸다. 한 귀퉁이가 빠져 닫히지 않은 원이다. 이것은 우연일까?
(본 글은 민간 고증을 정리한 것으로, 어떤 학술기관의 입장도 대변하지 않는다. 이야기로 읽어 주기 바란다.)
결론부터 말한다. 이것은 아마 우연일 뿐이다. 원은 가장 단순한 도형이고, 세상 누구나 원을 그릴 수 있다. 잘 그려지지 않아 한 귀퉁이가 빠지는 것쯤은 지극히 흔한 일이다.
그런데 서로 무관한 다섯 고대 문명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이 '우연'은 등골을 조금 서늘하게 한다.
동방
청말민초의 청동거울 가운데 몇몇은 뒷면에 한 바퀴 무늬가 주조되어 있다. 대부분은 닫힌 길상 도안이지만, 아주 소수는 그 원이 일부러 짧게 끊겨 있다—수집가들은 그것을 틈 거울이라 부르는데, 왜 그 한 귀퉁이를 비워야 하는지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이 거울들 가운데 발굴품은 하나도 없고 전부 전세품이다.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9 면은 1890 년에서 1920 년 사이에 들고, 지름은 8 센티에서 14 센티까지 제각각이며, 같은 공방의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주물 전문가들은 틀에서 빼낼 때 떨어져 나간 불량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확대경을 대 보면 끊긴 양 끝이 모두 갈려 있고, 그 가장자리에 가느다란 나선 자국이 한 바퀴 남아 있다.
서방
유럽 중세의 연금술 사본에는 '미완성의 고리'라 불리는 기호가 되풀이해 나타난다. 연금술사들은 그것을 '아직 닫히지 않은 전화(轉化)'라는 뜻으로 썼다. 그 고리가 왜 반드시 틈을 남겨야 하는지, 사본은 설명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본은 4 부, 14 세기에서 16 세기에 걸쳐 있고, 필사자도 다르고 그림도 삐뚤삐뚤하다. 오직 그 틈만은 어느 사본에서나 같은 쪽에 있다. 그중 한 부의 여백에는 후대의 손이 더 옅은 먹으로 한 줄을 덧붙여 놓았다.
이 고리를 온전히 메워서는 안 된다. 메우는 자는 그 쓰임을 잃는다.
중동
페르시아의 옛 천체반에는 눈금선이 이어지지 않은 한 구획이 있다. 장인의 솜씨라면 완벽한 원을 새길 수 있었을 텐데, 그 한 대목만은 비워 두기를 택했다.
한 복원사가 10 세기 전후의 천체반을 한 무더기 다룬 적이 있다. 바깥 테두리의 눈금은 관례대로 360 도를 다 새겨야 하는데, 그중 3 점은 어느 대목에서 멈춰 있었고 낙관은 같은 공방을 가리켰다. 그는 메우려다가, 전매 전표의 비고란에서 매수인의 당부를 읽었다. 원래대로 두라고.
인도
어떤 오래된 만다라는 가장 바깥 둘레가 닫히지 않는다. 수행자에게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한마디뿐이다. "원이 한번 닫히면, 문도 닫힌다." 무슨 문인지는 아무도 그다음을 설명하지 않는다.
이 갈래가 가장 조사하기 어렵다. 모래 만다라는 완성되는 즉시 쓸어 없애기 때문이다. 견줄 수 있는 것은 19 세기의 천 그림 몇 폭이다. 바깥 둘레를 끊는 방식은 유파마다 달라서, 한 대목을 통째로 비우기도 하고, 두 선이 모여들면서도 선 하나 너비만큼 닿지 않기도 한다. 시계판으로 환산하면 끊긴 자리는 늘 같은 구역에 떨어진다.
아프리카
서아프리카의 몇몇 조령 가면은 이마에 입이 벌어진 고리가 새겨져 있다. 그 부족의 장로들은 저것이 "조상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이라고 말한다. 틈은, 메울 수 없다.
이 가면들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몇몇 부족에 속하고, 가장 먼 두 곳은 900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으며, 목재 연대도 200 년 이상 차이가 난다. 한 인류학자가 그것들을 각도표로 정리해, 각 부족이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통로'의 상징이라고 했다. 그 표에서 틈은 모두 같은 쪽으로 치우쳐 있고, 각주에는 이 항목만은 당장 설명이 없다고 적혀 있다.
다섯 문명은 수천 킬로미터, 수천 년을 사이에 두고 있고 재료도 공정도 전혀 다르다. 청동은 사형(砂型)으로 부어야 하고, 천체반은 정으로 한 눈금씩 쪼아야 하며, 가면은 통나무 하나에서 파내야 한다. 이치대로라면 서로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그린 것은 같은, 한 귀퉁이가 빠진 원이다. 틈의 위치까지 맞아떨어진다.
가장 흔한 설명은 수렴이다. 오른손으로 시계 방향으로 붓을 거두면 끝은 늘 오른쪽 아래에 멈추니, 그린 원은 거기서 끊긴다. 값싸고 잘 듣는 설명이지만, 그 가면들은 왼손으로 나무를 받치고 바깥에서 안으로 파낸 것이다. 도안이 실크로드를 타고 퍼졌다고 주장하는 쪽도 한 번 말문이 막힌 적이 있다. 페르시아 천체반은 가장 오래된 그 거울보다 900 년이 앞선다. 그 900 년 동안 도안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아마 아무것도 뜻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는 본래 우연 속에서 규칙을 찾고 싶어 한다.
다만, 한 번도 서로 연락한 적 없는 다섯 문명이 하나같이 그 원은 '닫혀서는 안 된다'고 우기고, 하나같이 닫히면 무언가가 들어오지 못하거나 나가지 못하리라고 어렴풋이 느꼈다면—당신도 한마디 묻고 싶어지지 않겠는가. 그들은 대체 저마다 미신을 지녔던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이미 잊어버린 같은 한 가지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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