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관 보완 | 산트라니아의 하층 — 스펙트라의 지도에 '잡음'으로 표시된 것들
산트라니아에는 지도가 두 장 있다. 하나는 스펙트라가 관리하는 공식 지도로 깨끗하고 실시간이며 오차가 없다. 다른 하나에는 이름이 없고, 스펙트라가 '잡음'으로 분류한 것들이 표시되어 있다. 하층 사람들은 그것에 기대어 산다.
(본 항목은 민간에서 정리한 것으로 스펙트라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참고용.)
공식적으로는 이렇게 말한다. 산트라니아에 지도는 한 장뿐이며, 그것은 스펙트라가 관리하는 지도라고. 거리, 층, 인파, 물류가 실시간으로 갱신되고 오차는 0에 수렴한다. 어디로 갈지만 말하면 최단 경로는 이미 계산되어 있다.
하층 사람들은 지도가 두 장이라고 말한다.
첫 번째가 바로 스펙트라의 지도다. '스펙트라가 존재를 인정한' 모든 것을 기록한다. 지하 7개 자기부상 노선은 각각 24미터, 42미터, 86미터 깊이를 달리고, 어느 카드가 어느 개찰구를 지났는지까지 전부 기록으로 들어간다. 공식 계층도의 마지막 칸에는 원석 냉각층, 지하 412미터라고 적혀 있다.
두 번째 지도에는 이름이 없다. 거기 적힌 것은 스펙트라가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다. 도면에는 막힌 벽으로 표시되었지만 실제로는 문이 있는 자리, 공식적으로는 폐쇄되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자국, 그리고 매번 '환경 잡음'으로 종결 처리되는 현상들.
먼저 제도 이야기부터. 스펙트라가 뱉어내는 오류 코드는 결국 어느 운용 담당자의 손에 떨어지고, 처리 방법은 3가지뿐이다. 보관, 이관, 종결. 이관하려면 사유를 적어야 하고 그 사유에는 윗선의 서명이 필요하다. 종결에는 둘 다 필요 없다. 누르면 끝난다. '환경 잡음 · 자동 수정됨' 칸에 들어간 오류 코드는 90일 뒤 활성 목록에서 빠진다.
하층의 운용 담당자, 배달꾼, 암시장에서 데이터를 다루는 자들 — 저마다 두 번째 지도의 절반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그리지 않는다. 그린 것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외워두었다가 인수인계할 때 얼굴을 맞대고 한 번 말해준다.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것은 도심 남쪽의 그 복도다. 끝까지 걸어가면 막다른 길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곳으로 통한다. 그리고 얼마에 한 번씩 저 혼자 한 프레임을 떨어뜨리는 카메라 몇 대. 깊은 밤 일부 주파수대에서는 사람이 보낸 것이 아닌 신호가 잡힌다. 규칙적이고, 반복된다.
개원 1010년 1월의 그 일은 하층에서 오래 회자되었다. 도시 밑바닥의 가설 선반 구조물이 한쪽으로 무너지면서 구시가에서 떼어낸 내력 들보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길이 4미터 남짓, 최소 300킬로그램. 어떤 사람이 그것을 맨손으로 받아 위로 밀어 올리고 제자리에 다시 걸었다. 지상의 사고 기록에서 그날 그 칸은 비어 있다.
요 몇 달 도시의 전광판은 며칠에 한 번씩 그런 사람을 보도한다. 공식 용어는 각성자다. 하층에서는 마주치면 가장 먼저 아주 값싼 능력을 자처럼 상대에게 훑어 E에서 S 사이의 글자 하나를 긁어낸다. 아무것도 긁히지 않는 쪽이 오히려 골칫거리다.
두 번째 지도에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아래 사람들은 그것을 단어 하나로 넘기고 결코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첫 번째 지도에 잡히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을 그들은 '관측자'라고 부른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바로잡아 두어야 한다. 중앙 스펙트라 관제센터에는 360개의 관측소가 있고, 교대로 거기 앉는 사람들의 직함은 관측원이다. 하층이 말하는 관측자는 그 직함과 아무 상관이 없고, 누가 수여하는 것도 아니다. 하층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이 도시에서는 너무 또렷하게 보는 사람이 가장 빨리 죽는다."
또 자주 받는 질문은 두 번째 지도를 한 부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종이본은 없고 값을 부르는 자는 전부 사기꾼이다. 굳이 실체를 꼽자면 표식뿐이다. 몇몇 입구 위쪽 암벽에 어두운 붉은 안료로 글자가 덧칠되어 있다. 몇 겹씩 겹쳐 칠했고, 삐뚤지만 힘이 들어가 있다. 그중 하나에 적힌 것이 경계 밖이다.
하층의 돈도 두 번째 지도를 축으로 돈다. 원석 재고가 바닥난 뒤로 좌판에는 손바닥만 한 결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깨진 단면은 손으로 억지로 쪼갠 설탕 같고, 푸른빛 도는 흰 광채가 일정한 간격으로 떨린다. 오래가지 않고 안정적이지도 않지만 발전은 된다. 사고팔 때 출처를 묻는 사람은 없다. 묻는 것은 몇 개냐, 얼마냐뿐이다.
물론 전부 미신일 수도 있다. 밀리초 단위까지 스펙트라가 관리하는 도시에 두 번째 지도가 있을 리가 있나?
우리가 내놓을 수 있는 것은 확인된 부분뿐이다. 스펙트라의 공개 기록에서 '환경 잡음 · 자동 수정됨' 분류는 개원 1010년 1월의 31일 동안 4,120건이 종결 처리되었다. 전년 같은 달보다 30퍼센트 가까이 많다. 그 4,120건 가운데 원본 센서 데이터가 첨부된 것은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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